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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여행업계에서 일하던 김모(여·27)씨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다양한 직업을 탐색해 본 결과,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가장 잘 펼칠 수 있는 직무가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꽁꽁 얼어붙은 취업 시장에서 마케팅 직무에 대한 지식과 실무 경험이 적었던 김씨가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새로운 일을 배우려 해도 학원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그때 김씨가 만난 것이 바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청년취업사관학교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서울 금천구에 문을 연 서울시 청년취업사관학교에서 마케팅 관련 수업을 들으며 마케팅의 기본적인 내용부터 실무의 모든 부분까지 관련 업무를 하나하나 배워 나갔다. 그리고 수업을 들은 지 한 달여 만에 자신이 원하던 회사에 최종 합격했다. 김씨는 합격 후에도 수업을 계속 들으며 새로운 회사에서 배운 것을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직무 역량을 다져나가고 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도 민망한 상황에서 청년취업사관학교에서 무료 강의를 들으며 취업 준비를 해나갈 수 있었다"며 "청년취업사관학교에서 취업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준 덕분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 청년취업사관학교가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청년취업사관학교는 서울시가 20~30대 청년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핀테크(금융과 신기술의 결합),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로봇, 앱, 웹 개발 등 4차산업 디지털 신기술 분야의 실무 역량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취업과 창업까지 연계해 지원하기 위해 만든 교육 기관이다.

◇2025년까지 서울에 10개 캠퍼스 개관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글로벌 경영난까지 겹치면서 청년들이 취업문을 뚫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들이 디지털 신기술 분야 전문 인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미스매칭이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9세의 고용률은 2000년 60.2%에서 2010년 58.4%로 줄더니 2020년엔 55.7%까지 감소했다. 게다가 신기술을 배우려 해도 교육비가 연 700만~2000만원에 달해 청년 구직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청년취업사관학교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오세훈 시장이 내놓은 대표적인 청년 정책이다. 오 시장은 "코로나 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가장 심한 좌절감과 절망감을 느끼는 세대가 바로 청년들"이라며 "2025년까지 서울 전역에 10개의 청년취업사관학교를 개관하고, 서울시의 청년 일자리 사업과 창업 시설 등 가능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시는 청년취업사관학교 조성을 통해 연 2000명의 4차산업 기술 인력을 양성, 기업이 필요로 하는 현장형 인재를 수혈하고, 청년 취업난을 해소해 나간다는 목표다.

첫 청년취업사관학교 캠퍼스인 영등포 캠퍼스는 지난 2020년 10월 문을 열었다. 영등포 캠퍼스 수강생 200여명 중 약 77%는 교육과정을 마친 후 6개월 이내에 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시는 지난해 12월 2호 캠퍼스인 금천 캠퍼스를 개관했다. 이어 올해는 4월 마포 캠퍼스와 11월 용산 캠퍼스 등 3곳이 개관할 예정이다.

◇인문계 졸업생을 위한 교육과정도 운영

청년취업사관학교는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의 수요를 반영해 이공계 졸업생과 인문계 졸업생을 위한 두 가지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시대에 인문계 졸업생들을 위한 '디지털 전환 교육과정'을 신설·운영하고 있다. 기획·마케팅·인사 등 기존 직무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전환 역량을 보유한 실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금천 캠퍼스에서는 서비스 기획, 디지털 마케팅, 경영관리,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와 UI(User Interface·사용자 인터페이스·사용자가 컴퓨터 등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환경이나 장치) 디자인 등 4개 분야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 대상은 인문계 졸업생을 비롯한 SW 분야 비전공자로, 팀을 구성해 교육과 실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에 있는 IT·SW 기업 401사(社)의 최고경영자(CEO)와 인사 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기업의 기술·직무 분야 등을 조사해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청년취업사관학교의 모든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다. 최대 20만원의 예치금(수업료의 2%)만 내면 모든 수업에 참여할 수 있고, 수료할 때 예치금을 돌려받는다. 다만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별도의 레벨 테스트와 면접 등을 통과해야 한다.

황보연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청년취업사관학교의 모든 수료생을 취업과 창업에 성공시킨다는 목표"라며 "청년취업사관학교는 청년 누구나 자신의 재능과 관심을 직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4차산업 인재 양성소로서 청년 일자리의 양적·질적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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