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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종혁 노동당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이 지난 16일 4자회담 제의이후 북한 외교담당 고위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24일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대표단의 비중이나 방미 시점과 일정등으로 볼 때 이번 방문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종혁이 4자회담 제의와 관련한 미국 조야의 여론을 재보는 「김정일 특사」로서의 임무를 부여받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 대표단의 드러난 방미 목적은 학술적인 것이다. 26일의 조지아주 애틀랜타 카터 센터에서 열리는 한반도 관련 세미나 참석과 29일 조지아대학교 연설등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들은 4자회담과 관련된 모종의 「정치적 교섭」을 도모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는 김정우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이 워싱턴dc에 머물고 있으며 『이밖에 2∼3건 더 북한인들의 방미가 추진중』이라고 외무부 당국자는 말했다. 그러나 이종혁 일행만큼 정치적 무게를 띤 것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종혁은 일본 쌀 도입 과정에서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역시 카터 전대통령과의 접촉 여부이다. 외무부 당국자들은 『아직 이 대목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여운을 남겼다. 카터 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고비때마다 일정 역할을 해왔다.

이종혁은 카터와의 면담시 김정일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메시지 내용으로는▲4자회담 제의와 관련된 문제▲미-북 관계에서의 협조 문제▲북한의 96 애틀랜타 올림픽 참가 관련 문제▲카터의 방북 초청등이 손꼽힌다.

4자회담과 관련、 이종혁은 「특사」로서 카터에게 자문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4자회담 제의로 인해 외교적 궁지에 몰려있다. 한-미 정상이 공동제의하고 중국마저 지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국면이다.

따라서 북한의 4자회담 수정제의 가능성과 연관돼 카터의 역할을 요청할 가능성도 높다. 카터가 이를 수락할 경우 카터의 방북도 조만간 실현될 수 있다.

미-북관계의 진전을 위한 문제도 이종혁-카터간 논의 대상이다. 카터는 지난 94년 김일성과의 회담시 미-북간 관계 진전 일정등이 포함된 각서를 교환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종혁은 이 대목을 카터에게 짚은 뒤 진전의 가속화를 위한 영향력 행사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미나에는 미국무부 관리들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4자회담 제의에 대한 입장 타진도 예상된다.

북한은 4자회담 제의에 대해 지난 18일 「검토중」이란 반응을 내놓은 뒤 입을 다물고 있다. 북한은 그러나 물밑으로는 이종혁일행을 미국에 보내 현지조사를 벌이는등 앞으로의 수순 선택을 위해 대미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구성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