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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시작 2시간30분만에 싱겁게 끝나버린 승부였다.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전국 제일의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던 서울 강남갑구.

민자-민주-국민 3당이 당의 명예를 걸고 간판스타를 내세워 격돌했던 강남갑구는 국민당 김동길후보의 일방적인 승리로 결판났다. 당초 민자당의 황병태후보와 민주당의 이중재후보가 출전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이 지역에 국민당 김 후보가 뒤늦게 뛰어들면서 불을 뿜는 3파전으로 시종했다.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듯 투표율도 중량갑구에 이어 73%으로 서울 평균 69.15%보다 3.9%포인트 높아 서울의 최대격전지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개표는 김 후보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오후8시5분 부재자 투표함을 처음 열기 시작,9시50분쯤 황 후보가 2백여표 차이로 김 후보를 앞서 나가자 황 후보 진영이 술렁거렸다. 민자당원들은 부재자 집계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근소한 표차이에 내심 당혹해하는 모습이었으며,반대로 뒤진 국민당측은 적은 표차에 크게 고무된 표정들이었다. 난기류를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예고는 곧바로 이어진 압구정2동 제1투표구의 개표가 끝난 밤10시40분쯤 현실로 나타났다.

이어 압구정동 2투표구에서도 김 후보가 1천1백73표를 얻어 5백95표에 그친 황 후보를 5백여표차로 크게 앞서 나가자 국민당측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민자당측은 침통한 표정속에서도 이 지역이 현대아파트 밀집 지역이어서 김 후보의 본거지 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 개표에 기대를 거는 눈치. 그러나 자정께 황 후보측은 자신했던 청담1,2동과 논현동마저 김 후보에게 3백~5백여표씩 크게 뒤지자 사실상 체념. 일부당원들은 자리를 뜨기도 했다.

4년간 조직과 자금을 내세워 이 지역을 이잡듯 누빈 황 후보를 누른 김 후보. 그는 특유의 풍자와 만담조 연설로 유세 청중들을 사로잡았으며,여기에다 누나인 고 김옥길 이화여대총장의 제자들고라 연세대출신 부녀자들의 자원봉사에 힘입어 치열한 격전을 벌일 것이라던 예상을 뒤엎고 낙승을 거뒀다.

"이게 뭡니까. " 스스로 연출하고 그 결과에 놀란 유권자들이 스스로에게 물을 차례다. <김홍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