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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는 근로자측 임금교섭 대표인 중앙노사위원과 인사-노무담당 간부들과의 접촉이 부쩍 잦아졌다. 노사위원들은 회사측의 주선으로 노동부를 방문, 총액임금제 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회사측은 노사위원들이 금성사 등 경쟁업체의 노무담당자들을 만나 맞수회사 종업원들의 임금이 어떤 원칙에서 얼마나 책정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기회까지 만들어 주고 있다.

내달 협상 본격화

노사합동으로 임금책정 방식에 대한 세미나를 여는가 하면 일반 근로자들에게는 회사의 경영여건을 알려주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임금교섭에 앞서 우리 경제,우리회사가 맞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 노사가 자주 만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뿐 아니라 임금교섭을 앞두고 있는 많은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기업들은 총선이 끝나면서 선거열기에 눌려 주춤하던 임금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갖가지 교섭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은 "더이상 줄래야 줄 돈이 없다"는 기업의 입장과 "최소한 물가인상분 만큼은 보전돼야 한다"는 노조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설 전망이다. 여기에 주요기업들의 임금인상폭을 총액임금 기준으로 5%이내에서 묶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해 있다.

노총 15%인상 요구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총액임금제에 대해서도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총액임금제 대상업체에 대해서는 임금교섭 자체를 중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총이 제시한 4.7%~6.7% 인상안에 대해서도 물가와 주거비용 폭등을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총은 평균 15%,전노협은 25.4%의 임금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18.2%의 인상을 요구키로 결정했으며 면방업계는 19.5%,신발업계는 13~18%의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각 기업들의 고민은 총액임금기준 5%이내 인상원칙 이라는 정부의 방침이 워낙 확고한데다 실제로 노조측의 요구를 들어줄만한 여력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노조와의 교섭을 원만하게 마무리 짓느냐는 것.

지난해 임금을 9.5% 인상했던 삼성전자는 올해는 총액기준 5%이내에서 인상한다는 방침아래 근로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삼성은 대신 기업연금제 단체보험 등의 방식으로 근로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경우도 주택자금 지원제도를 확대하는 등 비현금 지원책을 대안으로 준비중에 있다. 한진은 이와함께 총 인상폭은 5%이내로 하되 임원급의 임금은 동결하고 과장이상 간부급 사원의 임금은 2~3%로 낮추는 방법으로 하위직급자에게 최대한의 인상혜택이 돌아가게 함으로써 노조를 설득할 계획이다.

선경은 물가인상률,회사의 지불능력,생산성 향상률,동종업계의 임금수준을 복합적으로 고려,인상폭을 결정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선경은 일단 임금인상 수준은 5%이내로 하되 78년부터 경영성과에 따라 연말에 특별상여금을 추가로 지급해 온 전례를 대안 으로 제시,생산성 향상분에 대한 보상을 약속할 방침이다.

과도요구 자제를

기업들은 이밖에도 정년을 연장한다거나 건강진단을 내실화하는 등 직접적인 임금비용은 늘리지않고 근로자들에게 복지혜택 이 돌아가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황정현 경총 부회장은 "올해 임금교섭은 한국경제가 되살아나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노동자는 과도한 인상요구를 자제하고 기업은 생산성 향상에 전력을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종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