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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저조해지자 실제로는 적자가 났으면서도 재무제표에는 흑자로 꾸미거나 적자를 줄이는 분식결산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로 주주총회를 마친 12월말 결산상장법인 4백23개중에서 삼익건설,태평양패션,삼성신약,종근당,벽산건설,제일정밀,연합전선,한독,삼 익주택,진흥기업,한양,대성산업,대미실업,유성기업 등 14개사가 분식결산을 한 것으로 드러나 공인회계사가 감사의견을 적정 이 아닌 한정 으로 표시했다.

또 동일패브릭,극동제혁,쌍용제지,한양화학,대한페인트잉크,건설화학,한국화약,경인에너 ?한보철강,동부제강,인천제철,금성사,삼성전자,라이프주택,삼 호,현대건설,삼미,한진해운 등 18개사가 회계처리방법을 갑자기 변경해 공인회계사의 지적을 받았다.

분식결산의 가장 원시적이자 널리 성행되는 수법으로는 재고자산을 조작하는 방법이 있다. 재고로 쌓인 자산을 금액으로 환산할 때 실제 시가보다 비싸게 환산함으로써 이익을 부풀리는 수법이다. 이 방법은 제품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회계사가 일일이 재고를 조사해보지 않으면 발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실제로 회계감사시 지적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만 부도를 낸 기업에 대한 증권감독원의 특별감리때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작년이후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21개 상장기업중 17개사의 부실회계사실이 적발됐으며,그중 대부분이 재고자산을 조작하는 방법을 썼다. 12월 결산상장법인 가운데 연합전선은 재고자산 처리문제로 공인회계사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았고,극동제혁은 재고자산평가방법을 변경했다.

또 다른 회사에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없게 됐는데도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하지 않고 회수가능한 것으로 회계처리하는 방법도 흔히 쓰인다. 해외채권이 많은 건설업체가 흔히 이 때문에 회계사의 지적을 받는데,발견하기는 쉽지만 회계사가 묵인해주는 경우가 많다. 12월 결산상장법인중에서는 삼성신약,제일정밀,벽산건설,삼익건설,진흥기업,한양,삼익주택,대성산업,대 미실업 등이 대손충당금 처리문제로 공인회계사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았다.

감가상각방법을 변경하는 수법도 흔히 쓰이는데 감가상각방법이 다양하므로 영업실적을 입맛대로 고치기에는 편리하다.

12월 결산상장법인중에서는 삼성전자,인천제철,동일패브릭,쌍용제지,대한페인트잉크,건설화학 등이 감가상각방법을 변경,순이익규모를 늘리거나 줄였다. 삼성전자는 유형고정자산의 감가상각방법을 정률법에서 정액법으로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순이익 규모를 6백68억원 부풀렸고,반대로 이익이 너무 많이 난 인천제철은 감가상가방법을 정액법에서 정률법으로 변경해 순이익을 2백5억원 줄였다.

상장기업은 아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90년에 항공기 4대를 들여오면서 항공기의 감가상각연수를 국내관행대로 10년으로 하지 않고 20년으로 정한 것과 관련,그 적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업계에서 일고 있다.

고정자산처분이익이나 투자유가증권처분이익 등을 계상하는 등 특별 순이익을 이용하는 사례도 최근 급증하는 추세인데 금호,동부화학,영풍광업,범양식품 등은 경상이익이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특별순이익을 계상해 흑자를 기록했다.

기업은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회계법인을 임의로 지정하게 돼있는 제도를 악용,회계사에게 분식회계사실을 묵인해 달라는 압력을 가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작젼이후 상장기업이 잇따라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를 신청,기업의 부실회계처리를 묵과한 회계법인에 대해 증권당국이 직무정지,직무제한 등의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고,주식투자자들도 작년에 부도를 낸 (주)흥양의 담당화계사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는 등 적극적인 자구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회계사들도 기업의 부실회계를 묵과해주는 소위 패스 를 거절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지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