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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미 대통령선거에 한 억만장자 부호가 시민들의 추대형식으로 출마해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답답한 심정을 대변하겠다고 나서 공화,민주 양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텍사스의 최고 갑부인 로스 페롯씨(61).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는 지난 79년 이란 인질사건때 인질로 잡혀있던 자신의 컴퓨터회사 직원 2명을 특공대를 고용해 극적으로 구출하는데 성공,당시 미 국민들로부터 애국자 라는 칭찬을 받았다. 그의 구출작전은 독수리날개 란 제목의 소설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고,tv영화로 만들어져 상당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페롯은 지난주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선거의 출마뜻을 공식으로 밝혔고 abc tv cbs tv,c-span tv와 잇단 회견을 가져 자신의 정책을 내놓았다. 그는 "미 정부는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기업체"라고 전제,"현 대통령과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이 이 거대한 기업을 이끌 능력도,비전도 없다"고 주장했다. 페롯은 또 미 유권자들이 의회와 백악관이 경제,사회문제들을 등한시 하도록 방치함으로써 기업주 로서의 책임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페롯은 공식 출마를 선언은 안했지만 이미 각 주별로 추대위원회를 결성,서명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댈라스의 사무실에는 수신인이 요금을 모두 부담하는 무료 장거리 전화 1백대를 설치,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해 한 시간에 평균 2천여통의 격려 및 지지전화를 받고 있다고 페롯측은 주장하고 있다.

페롯은 23일 의회에서 운영하는 c-span tv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전에 들어가면 20억달러(1조5천억원 상당)가 넘는 자신의 재산중 5천만~1억달러를 쓰겠다고 밝히고 그러나 지지자로부터 자진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1인당 5달러씩의 기부금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페롯 추대위원회가 결성돼 유권자들의 서명을 받고 있는 지역은 뉴욕 텍사스 테네시 캘리포니아 등 대의원수가 많은 큰 주들이다. 페롯은 지난 10일 슈퍼 화요일 예비선거를 치른 고향 텍사스에서 5월11일까지 예선투표에 참가한 유권자 5만4천명의 서명을 받아야 무소속으로 본선에 출마할 수가 있다. 텍사스 유권자중 예선때 투표한 숫자가 전체 등록유권자 8백만명의 3분의1 정도에 불과해 서명자 확보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페롯은 대권에 도전하면 부통령후보로는 골프나 즐기고 장례식에나 참석하는 워싱턴정객들을 배제하고 경제에 밝은 인사를 고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와 의회가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하면서 헌법을 고쳐서라도 의회로 하여금 세금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전직 정부관리들이 외국정부의 로비스트로 일하지 못하게 하는 등 조세제도를 완전히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또 낙태를 인정하고 정년퇴직자들의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비를 줄여 여생을 편안히 보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페롯은 미 방위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미군이 주둔해 있는 국가들에 주둔의 대가로 미국에 방위분담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그는 걸프전과 관련,"70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호의호식하는 쿠웨이트 왕의 왕관을 돌려주려고 어린 자식들을 중동에 보냈다"고 비난했다. 텍사스는 부시 대통령이 정치에 발을 들여 놓기 전 사업을 했던 곳이고 현 막료의 대부분이 텍사스 출신이다. 스키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페롯의 대권도전에 대해 "워싱턴 경험이 전혀 없고 평생 공직이라곤 맡아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관심을 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외면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정치분석가들은 페롯이 독하게 마음먹고 본선거에 뛰어들면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등 큰 주에서 부시표를 상당히 잠식,그의 재선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공화당 텍사스주위원장 프레데릭 메이어씨는 "페롯은 정부의 경제운용에 실망한 텍사스 유권자들에게 백인기사 를 자임하고 나서 선거전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소속 또는 제3당 후보 가운데 1912년에 27.4%의 지지를 받은 적이 있으며,최근에는 80년 전국동맹당의 존 앤더슨 후보가 6.6%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워싱턴=정해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