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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래살아본 외국인이면 예외없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한국인의 습성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열기가 자기네들에 비해 월등하게 과열돼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된 이유나 그렇게 될 필요성이라도 있는가고 곧잘 물어온다. 흔히들 시민은 별로 관심이 없는데 매스커뮤티케이션이 책동하여 관심을 높이고 과열시킨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시민이 냉담한 데 언론이나 tv가 일방적으로 떠들어 댄다 하여 과열되는 것이 아니고 보면 언론은 정치관심을 높이는 많은 복합요인가운데 하나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 이유는 못된다.

행여나 한국인의 전통적 심성에 정치열기의 열원이 있지 않나 싶어지기도 한다.

유럽의 목장에서는 넓은 초원을 횡적으로 쏘다니며 적성에 맞는 먹이를 찾아 먹는 개성적인 양에 보다 비싼값을 매긴다 한다.

한데 히말라야의 오지에서는 방목상태에서 풀을 뜯어 내려가는 양은 아무리 살이 쪄도 값이 내려가고 풀을 뜯어 올라가면 아무리 깡말라도 값이 올라간다 한다. 산투성이인 히말리야에서 뜯어내리면 풀이 다하는 골짜기에 이르러 굶어 죽기때문이다.

유럽의 목장이 그러하듯이 유럽의 사회도 각기 개성이 존중되는 횡적평등사회인데 비해 온통 산투성이인 한국사회는 마치 히말라야의 양처럼 위로 보다 높이 올라야만하는 종적 경제사회가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인생의 질로 그 사람의 행복과 성공을 따지는 데 한국에서는 사회적 신분이나 높낮이(고저)로 따진다. 따라서 매사를 높고 낮은 서열로 따져야 안정이 된다. 하체보다 상체가 높듯이 신체부위도 서열이 있고 왼쪽보다 오른쪽이 귀하다듯이 좌우에도 서열을 두며,동서남북에서 동쪽이 가장 귀한 방위듯이 방위에까지 서열을 매기지 않고 못견디는 우리 한국인이다.

초면에 사람을 만나면 서양사람은 그 사람이 뭣을 어느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알려드는데,우리 한국사람은 신분이면 귀천을,직업이면 직위를,학벌이면 어느학교를,학생이면 몇등을 하는 식으로 종적서열을 따져야 안정이 된다.

따라서 남들이 올려 보는 보다 높은 서열에 자신을 동일화시키는 것이 인생 잘사는 것으로 안다.

거기에 높은 서열에는 높을수록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이득과 권위와 특권이 따른다. 바로 높은 서열 지향이 정치지향이며 그 열기가 정치열기로 나타난 것일게다.

특히 국회의원은 높은 서열이 요구하는 힘들고 지루한 과정이 생략되는 벼슬이기에 더욱 관심과 열기가 집중됨직 하다.

한국인은 내가 뭣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고 내가 뭣이 된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되고 나서는 뭣을 해야한다는 것보다 됨으로써 얻는 득이나 덤이 뭣인가가 더 중요하다. 높은 정치관심도나 열기는 그래서 허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