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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전체가 14대 총선으로 시끌벅적 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와 이웃한 일본에서는 총선 못지않게 우리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사건들이 진행되고 있다.

자위대 파병이 가시권 안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 프놈펜 정권의 훈센 총리는 23일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본 총리에게 자위대 파병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가 이 문제에 집착해 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실제 일본은 유엔 과 평화유지 를 깃발로 자위대의 해외 활동을 합법화하는 이른바 pko법안의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이제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자위대 파병 등 일본정부의 정치-군사대국화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새삼 떠올리게 되는 질문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일본을 생각할때마다 일제 36년을 연상케 될 것이다. 그 일본이 전후에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바깥 세계로의 진출을 다시 꿈꾸고 있는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일본이 아시아지역의 패자로 자리잡기 위한 제1보로 대북한 수교와 캄보디아 사태에의 개입을 택했다고 한다. 모두가 우리 정부로서는 모른체 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이같은 움직임을 현실적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 이라고 고백한다.

한-중 수교가 공공연히 언급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대북한 접근을 막을 명분도 없고,더욱이 유엔활동을 이유로한 캄보디아 파병에 제동을 걸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데 있다는게 솔직한 자세일 것이다. 이와관련,지난 1월의 미야자와 일본총리의 방한은 여러측면에서 음미해 볼만하다. 일본은 한국측의 시장개방 요구에 분명하게 노 (no)라고 대답했다. 당시 일본의 협상태도는 전후 한-일 외교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압적이었던 것으로 지적된다.

"일본이 우리 정부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이 과거의 상황이라면,최근에는 한국을 다독거려서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 " 대일 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외무부 당국자의 고백이다.

일본 정부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걸프전 당시 서방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고도 설움을 받은 이후 일본인들은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군사적 지위확보라는 목표에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고 한다. 종합적인 대일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정부차원에서 이 문제에 얼마나 심각한 위기의식을 지니고 있는지 불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더욱 답답하기만 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임진왜란 발발 4백주년이다. <박두식 정치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