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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나고야 고교시절 배운 럭비, 인내와 협동 '기업가 정신' 길러

기업가 정신을 럭비에서 배웠다. 럭비는 심판이 보지 않을 때 반칙을 하거나 상대에게 욕하는 선수를 '루저(패배자)'라고 부른다. 럭비는 격렬한 운동이라 비신사적인 행동은 더 철저하게 외면받는다. 비겁한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 그런 사람과는 인생이든, 사업이든 파트너가 될 수 없다.

럭비공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런 럭비공의 본성을 거슬러, 그 움직임을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게 됐을 때의 쾌감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조금씩 럭비공을 컨트롤해나가면서 성취감을 느꼈다.

거친 몸싸움을 하다 보면 굉장히 아프고 무섭다. 하지만 팀을 위해, 선수들이 팔을 걸고 스크럼(scrum)을 짜고 전진할 때 모두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럭비는 전진 패스를 하지 못하고 옆이나 뒤로만 패스가 가능해 어느 스포츠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이렇게 시합을 하고 나면 선수들끼리 '존중심'을 갖게 된다. 연대감은 각별하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짊어져야 했던 차별과 설움을 럭비팀에선 잊을 수 있었다. '원팀(one team)' 정신을 유달리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마에 주름이 생기면 더 강해 보일까 싶어 주름을 만들려고 2년간이나 이마에 테이프를 붙이고 잤던 소년은 럭비를 통해 남자가 됐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골키퍼였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때 실력의 한계를 느꼈다. 재능이 뛰어난 친구들을 보면서 '도저히 축구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교 진학과 동시에 럭비부에 들어갔다. 럭비라면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키 177㎝에 체격이 컸던 나는 포워드(수비)가 됐다. 럭비는 키가 크든 작든, 발이 빠르든 느리든, 덩치가 크든 작든 각자 개인의 특성에 맞춰 팀에 공헌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학교 수업 전후로 한두 시간씩 진행된 팀 훈련에 빠진 적이 거의 없다. 경기에서 외모만으로도 상대 팀의 기선을 제압해보려고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일들도 했다. 수염도 길러보고, 마늘을 잔뜩 먹어 상대 선수에게 독한 냄새를 풍기려고 했던 적도 있다. 고교 시절은 럭비공을 쥐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럭비를 아주 잘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대학에 입학 후 27세가 될 때까지 럭비공을 놓지 않았다. 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럭비 덕분이라 생각한다. 해병대 출신들만큼 럭비 선수 출신들도 동지애가 강해 인적 네트워크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럭비인들은 사회에서 만나면 초면이라도 "술 한잔 하자"고 할 정도로 끈끈한 무언가가 있다.

25세 나이로 나고야에 '신라관'이라는 고기 식당을 열어 분점 60개를 내는 성공을 거두고, 한국에서 대부업과 저축은행 등을 거느린 자산 15조 규모의 금융그룹을 세우기까지 나는 늘 럭비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청소년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싶었다. 작년 2월 대한럭비협회장에 취임했다. 학교 스포츠 클럽 활성화를 위해 고교 럭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학생들이 럭비를 통해 희생과 인내, 협동 정신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이다. 기고자 : 정리=김은정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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