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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국 땅값 상승률
서울 5.3%, 경기 4.3%

정부가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의 공시지가를 전년 대비 10% 넘게 올렸지만, 실제 지가(地價) 상승률은 5%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선 공시지가 오름 폭이 시세 상승률의 5배에 달했다.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 부과의 기준이 되고, 건강보험료 산정 등에 활용하는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보다 과도하게 올랐다는 뜻이다.

납세자들 사이에서 "실제 땅값보다 공시가격을 더 많이 올린 건 증세(增稅) 목적"이라는 반발이 나오는 가운데 3월 발표 예정인 아파트 공시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14% 오른 것을 감안하면 올해 공시가격은 30% 넘게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늘어난 세금이 결국 임대료, 집값으로 전가될 것"이라며 "정부가 '집값 하락'을 공언하면서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4% 오른 땅값, 공시가는 10% 인상

24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전국 지가 상승률이 4.1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정부가 공개한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54만 필지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10.1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표준지는 전국 토지 중 정부가 대표성이 있다고 판단해 추린 일종의 샘플이다. 표준지 공시가격을 토대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개별 필지의 가격을 매기고, 이 공시지가를 토대로 한국부동산원이 전국 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표준지 공시지가 인상은 토지 소유자뿐만 아니라 주택 보유자의 보유세나 건강보험료 상승으로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전국 17개 시도 모두 표준지 공시가격이 지가보다 많이 올랐다. 특히 제주는 공시지가 상승률(9.85%)이 지가 상승률(1.85%)의 5배가 넘었다. 공시가격이 11.2% 오른 서울의 지난해 지가 상승률은 5.3%에 그쳤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다. 국토부 로드맵에 따르면, 2021년 68.6%인 공시지가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은 2028년 90%까지 올라간다.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너무 낮아 제대로 된 세금 부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정부의 명분이다.

◇아파트 공시가 30% 이상 오를 수도

공시지가가 급등하면서 정부가 오는 3월 발표하는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공시가격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14.1% (한국부동산원 기준)나 올랐고, 현실화율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올해 공시가격은 '역대급'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2020년 아파트 매매 가격이 7.5% 올랐을 때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19.08% 급등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같은 잣대를 적용한다면 올해 아파트 공시가는 최소 30% 이상 오르고, 주택 보유세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정부·여당이 대선 정국에서 보유세 동결·감면 조치를 준비한다고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은 결국 무주택 서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늘어난 세금만큼 임대료를 올리는 '세금 전가'가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124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5% 올랐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코로나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한 공시가격 인상은 조세 저항만 부추길 것"이라며 "적어도 시세 상승보다 공시가격을 더 많이 올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토록 '집값 하향 안정'을 강조하는 정부가 공시가격 인상에는 한없이 관대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픽] 2021년 전국 땅값 및 표준지 공시지가 변동률 기고자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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