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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선거중립을 위해 정치인의 부대방문을 금지한다"(최세창 국방부장관) "이번 총선만큼은 군의 정치적 중립에 자신있다"(최승우 육본인사참모) 14대 총선을 앞두고 국방부와 육군본부가 보여준 공명선거 다짐이다.

군의 의지만 높았던게 아니다. 국민의 마음도 글쎄요? 라는 수준에서 그럼,이번만은 하고 기대를 거는 쪽으로 차츰차츰 움직여 갔다.

22일 밤 육군 9사단 28연대 소속 이지문중위의 군부정 선거에 대한 양심선언을 듣는 국민의 마음이 배신 당했다는 쪽으로 기우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아직은 사건의 정확한 진상을 알길은 없다. 국방부와 이 중위의 소속 부대에선 양심선언 내용을 전연 부인하고 있다. 23일 오후 이 중위의 양심선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28연대 2대대장실을 찾은 기자들은 오히려 부대 관계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다. 이 중위의 rotc 동기를 비롯한 다른 소대장들,직속상관인 중대장,대대장,그리고 기무대 파견장교 등 . 이들은 따져묻는 기자들에게 "이 중위의 말은 맞고 우리들의 말은 거짓이란 말이냐"고 항변했다. 누군가 거짓말을 해도 단단히 하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자신의 장래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 틀림없으면서도 양심선언 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군부정선거 사례를 구체적으로 밝힌 이 중위.

치욕스럽다면서 이 중위의 주장을 전면 부인한 10여명의 젊은 장교들. 국민들의 마음은 그래서 더욱 착잡하다. 왜 이런 논란이 이는가.

군은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선거가 시작되고서 일부 군부대에서 부정행위가 공공연하게 저질러지고 있다는 병사들의 폭로성 제보가 언로기관 등에 잇따랐다. 여당에 유리한 정신교육 강화,잦은회식,개별 접촉을 통한 성향분석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국방부 당국자나 각군 고위간부들의 답변은 한결같이 "그럴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일부 부대의 소위 과잉충성 행위의 가능성까지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이렇게 믿고싶다 . 이 중위의 양심선언이 사실이라 하더라도,그렇게까지 공명을 다짐한 군의 지휘부가 개입됐을리 없고 군 자신이 우려했던 과잉충성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만것이라고 믿고싶다 . 그러나 그렇다해도 사태는 결코 간단치 않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군조직상의 문제가 더욱 부각돼 버리고 마는 자가당착에 부딪치는 것이다. 군 조직의 제1원칙은 상의하달이다. 육탄돌격과 전격 후퇴 등 사생이 걸린 결단까지도 위아래 간의 눈빛하나에 의해 한마음으로 묶여질 수 있는 조직이어야 된다는 뜻이다. 선거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이곳저곳에서 기관한몫주의 의 부작용을 목격하고 있다. 선거때인데 우리도,우리 회사도,우리기관도 한몫 거들어야할텐데 라는 권위주의 시대의 부담감에서 출발한 충성심들이 거듭 악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이번 사태가 군까지 기관한몫주의 의 대열에 가담한 증거가 아니기를 기대하고,믿고싶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확신을 갖기 위해 전제는 무엇보다 중립적 단체에 의해 이 중위의 양심선언 이 어떤 압력도 없이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임을 강조해둔다. <방준식 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