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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중은행들은 마치 종합병원과 같다. 응급실 에는 하루에 몇건씩 거래업체들이 부도위기로 실려들어와 긴급 지원으로 희생하리나 끝내 부도로 쓰러지고 있다. 결국 도산해 사망선고 를 받은 업체들은 특수영업부나 관리부로 속속 넘겨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회사의 공장이나 건물 등 담보 부동산이 법원의 경매로 넘어가 차례로 공중분해되거나 회사전체가 아예 제3자에게 인수되는 등 최후절차 가 진행되고 있다.

법정관리로 들어가 식물인간 처럼 가사상태에 빠진 기업들은 장기간 중환자실 에서 특별치료를 받아야 한다. 건강진단 에 해당하는 기업 신용평가도 최근들어 부쩍 강화되고 있다. 부도가 늘어나 신용대출을 고스란히 떼이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대출요청시 은행원들의 사전심사도 철저해질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종합병원과 같이 변해버린 까닭은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기업부도 사태 때문이다.

은행원들은 요즘 출근때마다 아침인사를 부도얘기로 시작한다. "김창숙 부띠끄마저 부도가 나 아주 골치야. 요즘은 아무도 못믿겠어. " "하루에 하나씩 쓰러지니 겁이 날 정도야. "

국내산업이 구조 조정기를 겪고 있는데다 내수경기 위축과 부동산 경기침체까지 겹쳐 지난해 한해동안 전국에서 6천1백59개의 업체가 부도의 비운을 당했다. 지난 90년에는 4천1백7개 업체였으나 한해동안 약 50%가 늘어난 셈이다. 올들어서도 이미 몇몇 상장사를 포함해 1천개 이상의 업체들이 부도를 내 부도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나 업계가 원인분석에서 대책에 이르기까지 서로 책임만 떼밀면서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노나 삼호물산의 법정관리 신청처럼 대형사고가 터지면 결국 피해를 당하는 것은 힘없는 소액주주나 하청업자들 뿐이다.

이들 업체에 거액의 채권이 몰린 시중은행들이나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의 원망은 다른 형태로 은행고객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이 와중에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한국은행의 태도다. 작년 11월말해도 보도자료로 부도업체수를 공개하던 한은이 최근들어 부도업체 수가 급증하자 일체의 부도업체수 문의에 모른다 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한은관계자는 "금융결제원에 물어보면 되지만 예민한 수치라 최근에는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가경제를 조사연구하고 정책을 조언하는 한은이 부도업체수를 파악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통정책을 수립하는 교통부가 전국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모른다는 얘기와 다를게 없다. 이 순간에도 또 한 기업체가 부도위기를 당해 응급실 로 실려가고 있을 것이다. <강효상 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