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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사진서 포토샵 복사 흔적… 총장 논문 표절 논란 이어 '망신'

미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하버드대의 부속 기관인 데이나-파버 암 연구소가 최근 실험 데이터 조작 의혹을 받는 연구원 4명의 논문을 대거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연구소는 네 명이 참여한 연구 여섯 건과 관련한 논문을 철회하고 논문 31건에 대해선 수정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들 네 명은 모두 하버드 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소의 '연구 무결성 책임자'인 배럿 롤린스 박사에 따르면 연구소 최고 경영자(CEO) 로리 글림처 교수, 윌리엄 한 연구소 최고 운영 책임자(COO), 임상 연구 책임자인 아이린 고브리얼 교수, 다발성 골수종 센터의 책임자 케네스 앤더슨 교수 등이 해당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해졌다. 일부 논문에 대해선 논문을 게재한 학술지에 이미 철회·수정 요청이 접수됐다고 한다.

어떤 논문이 문제가 됐는지 정확한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롤린스 박사는 "이번에 문제가 된 논문 37편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조치를 취했다"면서 "다른 논문도 조사 중"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의혹을 받는 교수들이 고의적으로 조작 행위를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신중한 조사를 거쳐야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WSJ는 포토샵 등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실험 결과 이미지를 복사, 논문에 붙여 넣은 흔적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1월 초 분자생물학자 숄토 데이비드가 이들의 논문에서 이미지 조작으로 의심되는 내용을 발견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하버드 의대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논문 목록을 제출했다고 전해졌다. 연구소 측은 이번에 문제가 있다고 드러난 37건 외에도 논문 10여 건에 대해 추가로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데이비드가 블로그에서 지적한 내용 중 일부를 검토했다는 밴더빌트대 신경과 전문의 매슈 슈래그 박사는 WSJ에 "일부는 단순 실수인 듯 보이지만 몇 가지는 심각해 보인다"고 했다. 롤린스 박사는 "데이비드가 블로그에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 이 논문들과 조작 의혹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하버드대는 이달 초에도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학내 반(反)유대주의 흐름에 적절한 대응을 못 했다는 비판을 받은 클로딘 게이 전 총장은 표절 의혹까지 일자 자진 사임했다. 하버드대는 당시 게이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다만 이번 하버드 의대 사건은 게이 전 총장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고자 :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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