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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토지에 건물들이 높게 치솟은 대도시에는 늘 여유 있는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 군데군데 공원들이 있기는 하나 인구에 비례해서, 또 면적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햇빛을 받을 수 있고 자연 요소를 도입할 수 있는 건물의 옥상, 루프 톱이 특별한 공간으로 부각되고 있다. 근래에 호텔을 비롯한 많은 건물들이 직원이나 고객을 위해서 옥상을 조경, 개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라운지, 공연장으로도 사용하고 바비큐 파티도 즐긴다.

미래의 생태 도시에서 건물에 녹지와 자연환경이 도입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시카고는 일찌감치 옥상에 화초나 식물을 재배하는 '그린 루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청 건물을 필두로 많은 건물들이 숨 쉬는 빌딩으로 탈바꿈하였다<사진>.

이를 위해서 100여 명의 과학자, 기술자, 환경운동가, 변호사들이 협업했다. 이 '그린 루프' 혁명은 범죄와 열악한 거주 환경으로 악명이 높던 시카고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큰 요인이 되었다.

뉴욕에도 재미있는 옥상 공간이 많다. '미래교육(Education of Future)'이라는 이름의 고등학교 옥상은 오랜 기간 교육용으로 옥상 정원을 꾸며왔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옥상에서는 정기적으로 조각이나 설치 작품의 전시가 열린다. 멀리 보이는 맨해튼의 건물들이 병풍처럼 센트럴파크의 자연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 그리고 바로 앞에 아름답게 구성된 예술작품의 조화가 백미다.

날씨가 좋은 날 이곳에서 예술을 감상하고 와인을 마시며 공원을 내려다보는 순간만큼은 온 도시가 나의 것으로 느껴진다. 뉴욕의 시외버스터미널(Port Authority) 옥상에서 바람 부는 가을날 개최되는 '연 날리기(Knight Flight)' 행사도 특별하다. 도심 하늘이 총천연색의 연으로 뒤덮이는 진풍경이 만들어진다. 그야말로 노래 가사처럼 연들이 나의 고운 꿈을 싣고 나르는 듯하다. 이렇게 도심의 옥상에서 건물과 자동차,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머무는 시간은 일상의 심각함을 잊게 해준다. 기고자 :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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