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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감수성이 풍부한 학창 시절의 어느 새벽이었다. 무심코 켜놓은 라디오에서 양희은의 '백구'(김민기 작사·작곡)가 흘러나왔다. 반복적이고도 단순한 선율 속 긴박하게 전개되는 백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백구가 죽는 장면에서 나는 그만 울어버렸다. 그때였을 것이다. 늘 무섭기만 했던 강아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발표된 '삽살개 타령'이라는 노래가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삽살개가 어떤 개인가? 바로 1992년 천연기념물 368호로 지정된 토종개가 아니던가! 민요 '개타령'을 조명암이 개사하고 김령파(김용환)가 작곡해서 이화자가 1939년에 발표한 '삽살개 타령'은 "개야 개야 삽살개야 삽살개야 삽살개야/ 가랑잎만 버석해도 짖는 개야/청사초롱 불 밝히고 정든 님이 오시거든/개야 개야 삽살개야 개야 개야 삽살개야/이 가히(개) '월월월월' 짖질 마라"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래 중간에 "월월월월"이 진짜 개가 짖는 소리처럼 들려 재미있는 노래다.

삽살개는 일제강점기에 사라질 뻔했다. 일제가 우리나라의 풍산개와 진돗개는 일본 토종개인 기슈견(紀州犬)과 닮았다 해서 건드리지 않고, 유독 삽살개만을 견피 수집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1940년 3월 8일에 발표한 조선총독부령 제26호 '견피의 판매 제한에 관한 법령'에 따라 일제가 조선의 개 가죽을 독점했고, 이때 희생된 수많은 삽살개의 가죽이 일본의 군용 모피로 사용되었다. 그 결과 1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삽살개가 멸종의 위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다행히 1969년부터 국내 학자들이 삽살개를 복원하기 시작하였다. 1998년엔 '동돌이'와 '서순이'가 독도로 이주한 삽살개 1호가 되었고, 지금은 삽살개가 3대째 독도를 지키고 있다. '삽살개 타령'이 반가웠던 것은 그 수난의 역사를 알기 때문이기도 했다.

매년 3월 23일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걸 기념하고 유기견 입양을 권장하는 '세계 강아지의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5년간 매년 약 12만 마리의 유기 동물이 발생했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동물 학대 소식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내게는 8년째 함께하고 있는 반려견이 있다. 그를 품에 안고 그와 눈을 맞추면 전해지는 온기가 내게 위로가 된다. 내가 날마다 그에게 속삭이듯, 그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내게 들려줄 말은 "사랑해"일 것이다. 우리 인간에게는 작고 귀여운 것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종종 귀여운 것들이 우리를 구원하기 때문이다. 기고자 :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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