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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적용 오락가락… 곳곳서 '황당한 세금'

23일 정부가 작년 공시가격으로 올해 주택 보유세를 매기는 방안을 발표하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세금 폭탄' 비난을 피하려는 궁여지책"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값이 14%나 오른 상황을 공시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보니 과거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하는 유례없는 조치가 나온 것이다.

정부는 "1주택자 보유세가 사실상 동결된다"며 "주택 실수요자의 부담을 줄이고, 코로나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했다"고 생색을 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공시가격이 19% 넘게 오르며 1주택자까지 보유세 폭탄을 맞은 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더구나 올해 일시적으로 보유세가 동결되어도 특단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내년엔 세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만약 올해 집값이 전혀 안 올라도 내년엔 올해 공시가격 상승분이 한꺼번에 세금에 반영돼 보유세 부담이 20~30%가량 급증할 수 있다.

◇보유세, 올해 동결해도 내년이 걱정

정부가 이날 발표한 '1주택자 부담 완화 방안'은 당장 올해만 적용되는 '시한부' 정책이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이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과 같은 근본 조치를 하지 않으면, 올해 미뤄진 세금은 내년부터 다시 부과된다.

국토교통부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셀리몬 모의 계산에 따르면, 지난해 9억원이던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올해 10억5300만원으로 오르면서 재산세는 205만원에서 256만원으로 24.9% 늘어난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 기준을 적용해 205만원만 내면 된다. 종부세 대상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84㎡ 역시 공시가격 상승을 반영하면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가 2538만원으로 작년(1792만원)보다 42%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작년 공시가격을 적용하면서 재산세는 그대로고 종부세만 소폭 올라 1882만원의 보유세를 낼 전망이다.

시중 은행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은 올리면서 세금은 안 늘린다는 황당한 정책이 나온 것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원칙 없이 '정치 논리'에 휘둘린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 세 부담 가중

이번 세 부담 감면은 1주택자에 한정된 것일 뿐, 다주택자는 올해 오른 공시가격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지난해 다주택자 종부세 세율이 최고 6%로 오르면서 2020년보다 납세액이 크게 늘었던 다주택자들은 올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보유세를 낼 전망이다.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위헌 소송을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징벌적 세금을 매긴다는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갔다.

집이 두 채란 이유로 초고가 아파트를 가진 1주택자보다 몇 배 많은 세금을 물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와 광진구 '광장현대' 84㎡를 한 채씩 가진 경우, 올해 보유세가 6220만원으로 작년(4688만원)보다 32% 늘어난다. 두 아파트의 공시가격 합계는 25억8300만원으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한 채(26억6700만원)보다 1억원가량 낮지만, 보유세는 3배 넘게 내야 한다.

다만 정부는 다주택자의 주택 매각을 유도하기 위해 주택 한 채를 처분하면 남는 한 채에 대해 1주택자와 같은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절세(節稅) 목적 매물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보유세 기준일(6월 1일) 전에 양도세 완화 절차를 마무리하긴 어려워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양도세 중과 완화 조치가 조기에 확정되지 않으면 다주택자들은 올해도 집을 팔기보다 증여하거나 늘어난 보유세를 임대료에 전가하며 버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서울 주요 아파트 공시가격과 보유세 예시 기고자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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