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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가정보국(DNI)은 최근 해외 국가들의 '선거 개입'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책임자를 임명했다. CIA(중앙정보국)에서 수십년간 방첩 임무를 맡았던 베테랑 요원이 발탁됐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러 등 적성국들이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허위 정보를 온라인에 퍼뜨리거나 유권자 정보를 탈취하는 행위에 본격 대비하겠다는 차원이다.

DNI는 CIA, NSA(국가안전보장국), DIA(국방정보국) 등 17개 수사·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최상위 정보기관이다. NSA나 사이버사령부 등도 선거철마다 각각 전담팀을 가동한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선 개별 기관의 대처로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선거에 개입하려는 위협 행위가 갈수록 상시적이고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에선 이런 공격을 막기 위한 '해외 악성 영향 대응센터' 설립이 추진 중이다. 관련 법안은 '북·중·러·이란의 여론 개입을 차단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미국 내 여론을 흔들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보겠다는 것이다. 실험이나 시도에 그치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러시아 군사정보국(GRU) 소속 해커들은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했다. 푸틴은 좌충우돌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 내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봤다. 실제 이들이 막후에서 벌인 '힐러리 이메일 유출 사건'은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러시아는 2020년 대선 땐 더 은밀한 방식을 사용했다. '우편투표에서 부정선거가 이뤄질 것' 등의 음모론을 인터넷에 퍼뜨렸다. 이는 트럼프 머리 깊숙이 각인됐고, 공화당 지지자 대부분이 '대선 조작설'을 믿게 된 주요 근거가 됐다. 대중의 생각을 쉽게 호도할 수 있어 중국과 북한도 '여론 공격' 분야에 역량을 쏟고 있다는 것이 미 정보 당국 분석이다.

최근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인사는 "북·중·러에 둘러싸인 한국도 (여론 조작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드루킹 사건'에서 드러났듯 인터넷 여론에 특히 민감한 한국은 언제든 이들의 '손쉬운 타깃'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자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댓글 부대'를 상시 가동하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부대가 한국 포털에서 댓글 조작 활동을 해왔다는 증언도 본지 보도를 통해 나왔다.

그런데도 국회나 정부에서 이런 공격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정보·수사기관이 위협의 실체를 제대로 검증한 적도 없다. 중국이 조선족 등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현 정권에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차이나 게이트' 의혹이 제기됐을 때 여권과 친여 매체들은 '허황된 음모론'이라고 치부했다. 우리만 이들 공격의 예외가 되고 있다고 믿는 건 지나친 낙관 아닌가. 기고자 : 이민석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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