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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타타르인

"낯선 이들이 집으로 들이닥쳤고/그들은 모두를 죽였다/그들은 정당하다고, 죄가 없다고 말했다/휴머니즘은 통곡한다/그대들이 신이라고 생각하는 동안에/모두가 죽었다…."

2016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크림반도 출신의 타타르계 우크라이나 가수 자말라는 강력한 경쟁자인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자레프를 누르고 우승한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합병으로 인해 러시아와 힘겨운 국지전을 벌이고 있던 우크라이나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러시아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가 정치성을 띤 노래를 규제한다는 전통적인 정신을 들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대회 주최 측은 문제가 없다고 논란을 일축하고 자말라의 손을 들어준다.

'1944'는 1944년 스탈린에 의해 자행된 크림반도 소수민족의 슬픈 디아스포라에 관한 노래다. 이보다 앞선 1937년 일본의 대륙 침략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던 연해주 우리 고려인의 운명처럼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크림반도의 타타르인 25만여 명도 중앙아시아로 보내졌고 크림 자치공화국도 폐지되었다.

단 3일 만에 이루어진 처참한 강제 이주의 과정에서 타타르인 8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이들은 낯선 땅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채 생존해야 했다. 이들은 1967년에 이르러서야 혐의를 벗었지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었고 소련 연방이 무너지는 1990년에야 비로소 크림반도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1944'는 자신의 증조할머니가 겪은 비극을 토대로 자말라가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었다. 이 노래는 여전히 중앙아시아와 터키에 흩어져 살고 있는 타타르인들의 아픔을 격렬하게 어루만진다. 가사 중간중간에 터키어가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야기는 거짓이지만 노래는 참말이라고 했던가?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커지는 지금, 자말라가 꿈꾼 자유로운 삶과 사랑이 또다시 상처 입는 일이 없기를. 기고자 : 강헌 음악평론가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98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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