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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러시아를 제외시켰습니까. 』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 미대통령의 4자회담제의가 나온 이후、 러시아 외무부 및 의회의 한반도문제 관련자들은 한결같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미하일 데무린 외무부 부대변인은 4자회담 제의가 나온 16일 외무부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논의에 러시아를 배제시킨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 관리들은 한결같이 『4자회담 제의를 러시아가 환영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외교관례상 「유감」이라고 완곡하게 표현했을 뿐、 사실상 「반대」라고 해석해야 옳다고 말했다.

의회내 한반도 문제 관계자들은 좀더 노골적이다. 안드레이 필리포프 공산당 국제협력부장은 공산당 공식입장임을 전제한 뒤、 『한국이 주장하는 「남북 당사자 회담」이나 북한이 주장하는 「미북회담」은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으나、 「4자회담」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포함시키면서 러시아를 제외시키는 것은 『러시아를 무시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심지어 친한입장인 「우리집-러시아」나 자유주의 야당 「야블레코」 소속의원들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일부 외무위 소속 의원들은 『러중 정상회담 때 중국이 4자회담에 참여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이번 4자회담제의에 섭섭함을 표시하는 것은 한반도를 위시한 극동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날로 감소되고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이다. 러시아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이념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했으며、 그 결과 사실상 친한으로 기울어졌다. 한국으로부터 경제협력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러 경협은 러시아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러시아의 한국전문가들은 한국기업들의 러시아 투자액이 대우즈베크 투자액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수치를 자주 인용하고 있다. 16억달러 차관 상환과 관련、 러시아의 자존심이 상처입기도 했다.

한 러시아 외무부 관리는 『16억달러에 러시아가 죽고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일부 한국인들 사고방식에 놀랐다』며 『남북통일이 되면 채무-채권관계가 하루아침에 바뀐다』는 가시돋친 농담을 하기도 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갚아야 할 약 50억달러 채무를 염두에 둔 말이다.

현재 러시아는 친한정책으로 소기의 경협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북한에 대한 영향력만 상실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과거 소련은 지나치게 강대국으로 묘사된 반면、 현재 러시아는 정반대로 무시되고 있다. 소련이나 러시아가 한반도 통일을 시켜줄 수는 없다.

그러나 방해할 능력은 있다. 』 러시아 외무부의 한 고위관리가 사견임을 전제로 한국의 러시아관에 비판을 가하면서 솔직하게 한 말이다. 【 모스크바=황성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