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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저스' 군단이 모두 헐크였다면 지구를 구할 수 있었을까.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영웅들의 무궁무진한 서사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이 서로 잘났다고 싸우고 헐뜯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팀플레이로 거대 악을 물리치는 과정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이다. 필자도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과연 가능할까 싶었던 것들이 실현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아닌 '모두'를 위한 협업이 이뤄질 때였다.

자율 주행도 협업과 융합의 기술이다. 자동차 공학, 인공지능, 센서 기술 등의 융합이다.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 주행 5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기계가 주행을 책임지고 인간이 필요에 따라 개입하는 자율 주행 3~4단계 상용화는 그리 멀지 않다. 그럼에도 국내 도로 데이터 축적과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정밀 지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누군가는 고속도로를, 또 누군가는 국도를 만드는데, 서로의 데이터가 호환되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공사·사고로 인한 도로 통제, 급경사, 급커브, 응달, 침수 등에 따른 안전 정보 확보도 어렵다.

실리콘밸리는 개방과 공유의 플랫폼 정신으로 혁신을 이뤘다. 새롭게 창출된 가치를 독식하지 않고 분배하는 선순환 구조가 혁신을 가능하게 했다. 도로 정보는 특히 공공재라는 점에서, 민관의 전략적 협업이 요구된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가 최근 'LX 디지털 SOC(사회간접자본) 센터'를 개소하고, 관련 콘퍼런스(31일 판교아이스퀘어)를 여는 것도 이런 협업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대한민국 도로 정보를 표준화해 전국이 연결된 도로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는 도로의 생애 주기별 효율적 정책 수립이 가능해지고, 민간은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창출이 수월해지며, 국민은 편익과 안전을 보장받게 될 것이다. 모두를 위한 도로 정보의 개방과 공유의 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고자 : 정원조 네이버랩스 자율주행그룹 테크리더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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