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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출신 성춘일 위원, 지난달 '이례적 연임'

임기 2개월을 남긴 문재인 정부에서 친여(親與) 인사가 직책을 맡는 '알박기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임기 대부분을 다음 정부에서 보내는 직책을 임기 말 정부가 임명하면서 신구(新舊) 정부 간 갈등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22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민변(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인 성춘일 보훈심사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해 12월 임기 3년이 만료됐지만 지난달 재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훈심사위는 국가유공자·보훈 보상 대상자 자격 여부를 심사하는 위원회다. 보훈심사위는 2019년 DMZ(비무장지대) 수색 중 북한 목함 지뢰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에 대한 유공자 판정 때 교전과 무관한 공상(公傷) 판정을 내려 논란을 일으켰다. 성 위원도 공상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북한 눈치 보기 판정' 비판 속에 이례적 재심이 이뤄져 전상(戰傷)으로 결과가 뒤집혔지만 성 위원의 임기 내내 보훈심사위는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성 위원은 현 정부 초기인 2017년 5월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취임 이후 보훈처가 소위 적폐 청산 명목으로 만든 '보훈혁신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뒤 보훈심사위원으로 채용됐다. 보훈심사위 상임위원은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지만 그동안 실제로 연임한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 차례 임기를 채운 성 위원은 작년 9월 상임위원 공모 때 다시 지원했고, 10여 명의 후보 중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됐다. 성 위원을 최종 1인으로 낙점해 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 이는 2020년 총선 때 경남 창원·진해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황기철 보훈처장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해도 너무한 보은 인사"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임기 말 보은용·보험용 인사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임기를 연장하고,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청와대 비서관 출신을 임명한 건 누가 봐도 새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 공약을 막아서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작년에 임기 3년을 마친 뒤 1년을 연임했고 최근 추가 1년 연장이 결정됐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엔 지난달 김제남 전 대통령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임명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지난 대선 '사전 투표 부실 관리' 논란으로 국민의힘과 대한변협 등에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노정희 위원장이 이날 핵심 보직인 선거정책실장과 선거국장 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국민의힘 측은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은 지지 않고 오히려 인사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는 현재 공석으로 있는 감사원 감사위원 두 자리에 대한 인사권을 두고 윤석열 당선인 측과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윤 당선인 측이 "대부분 임기를 윤석열 정부에서 보내는 점을 감안해 인사권을 다음 정부에서 갖는 게 합당하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문 대통령은 2명 중 1명은 직접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위원 임기는 4년이다. 기고자 : 박상기 기자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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