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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을 마쳤다. 일본·인도네시아·한국·중국 4개국 순방에서 그는 외교적 핵심 현안들을 잘 다룰 수 있다는 능력도 과시했다. 마치 노련한 아시아 전문가 같은 인상을 줬다.

고맙게도 그는 북한문제에 대해 미국 언론에 실린 여러 조언들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 조언들의 한쪽 극단에는 셀리그 해리슨(Harrison) 미국 국제정책센터(CIP) 아시아 담당 국장이 있다. 그는 최근 북한을 방문한 뒤 의회 청문회와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제한하는 협상을 벌이는 동시에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공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리슨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협상안(deal)'을 제안했다. 이 협상안은 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의 재탕에 불과하다. 이 성명에서 북한은 에너지 지원, 미·북 간 평화 협정 등을 대가로 모든 핵 프로그램과 핵시설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해리슨은 명백히 같은 가격에 더 못한 결과물을 얻어왔다. 북한측은 그에게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두개의 경수로를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이 최근 해리슨을 통해 제시한 재협상안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미국과 6자 회담국들이 이미 성취한 바를 채택하도록 잘 조언을 받았을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또 아시아 순방 중 미국의 목표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것을 분명하게 재천명하는 옳은 선택을 했다. 미국은 오바마 혹은 다른 어떤 행정부가 집권하더라도 결코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은 미국이 핵 야망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 정권과 관계를 정상화하거나 평화 협정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이 이 같은 공식적 목표를 포기할 경우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에 약속한 핵우산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나쁜 조언들 중 또 다른 극단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의 보좌관이었고 현재 버지니아대 교수인 필립 젤리코우(Zelikow)가 있다. 그는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미사일 발사대를 군사적으로 공격할 것을 주장했다. 다행히 클린턴 장관은 이 나쁜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군사적 공격이 분명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후퇴시킬 것이지만, 이 같은 행동이 초래할 잠재적 결과를 감안하면 그건 빛바랜 성과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서울에 장사정포를 쏘거나 일본의 한 도시에 노동미사일을 발사하는 보복을 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은 한·일과의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전쟁을 벌일 것인가? 한·일 양국에 보수 정부가 들어섰다는 사실이 전쟁의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클린턴 장관을 위한 최고의 조언은 이미 그의 보좌관들이 내놓았을 수 있다. "남·북한 채널, 일·북 대화 채널, 중국의 대북 당·군·외교 협력 채널 등을 통해서 북한에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말라는 조율된 경고를 보내기 위해 동맹국 및 중국과 협의하라.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가동하라. 북한이 탄도미사일 실험을 할 경우 유엔(UN) 결의안 1695호와 1718호에 따라 제재할 준비를 하라…."

클린턴 장관이 김정일 이후 한반도의 미래에 관해 한국·일본과 논의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놀랄 일도 논쟁거리도 아니다. 이는 북한의 정치적 변화가 지평선 위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북한의 변화에 대비하고 관련국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영리하고 현명한 일이다.

빅터 차 美조지타운대 교수·前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정리=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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