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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경기가 썰렁하다.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예년 선거때와 같은 선거특수 가 피어나지 않고 있다. 술,비누,수건 등 선거특수 품목 생산업체들은 총선대목을 기대,생산량을 대폭 늘렸다가 팔리지 않자 재고를 잔뜩 쌓아놓고 울상짓고 있다.

막걸리 작년보다 줄어

술을 선거철이면 없어서 못팔 정도인 대표적인 선거특수 품목. 그러나 이번 선거때는 판매량이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어 주류업계를 실망시키고 있다. (주)진로의 남승배 기조실부장은 "총선을 앞두고 소주 소비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판매목표량을 지난해보다 10%이상 높여 잡았으나 실제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한마디로 선거특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올해들어 2월까지 두달동안의 소주 출고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는데,이는 자연상승분에 해당된다는 것이 업계분석이다. 일부 지방소주 회사의 경우 1월에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가 재고가 쌓이자 조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재고줄이기에 부심하고 있다. 막걸리는 올해들어 소비량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100% 가까이 줄었다.

맥주는 업소용과 가정소비용의 두 종류로 분류해 공급되는데 선거때는 아무래도 업소용 소비가 늘게 마련. 그러나 올해들어 업소용 맥주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증가하는데 그쳐 연간 맥주소비증가율 15%에도 못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동양맥주 관계자는 "판매부진에 따른 경비절감을 위해 지난 2월부터 부분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주류의 판매부진은 선관위가 유권자에 대한 술제공을 중점을 단속대상으로 규정,감시를 대폭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지역 한 후보의 선거사무장인 최모씨는 "유권자들과 음식은 먹어도 되지만 술이 음식 상위에 올라가면 향응제공으로 단속되기 때문에 술만큼은 절대 제공하지 말라고 운동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청량음료 판매계획 변경

청량음료도 선거특수가 없기는 마찬가지. 롯데칠성의 이해선실장은 "당초 선거요인을 감안해 수립한 월별 판매계획이 전혀 들어맞지 안하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정당행사의 단골선물인 수건이나,비누,양말 등의 수요도 별로 늘어난 기색이 없다. 청량리 도매시장내 청룡상회 직원 박봉수씨(32)는 "88년 총선때는 양말이나 우산 등의 대랑 주문이 밀려들어 임시 배달직원까지 채용했으나 지금은 선거가 있는지 조차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휴대폰-중고차는 급증

수건 생산업체인 송림타월의 김병기 서울사무소장은 "지난번 총선때는 모 정당의 지구당이 주문한 물량을 대기위해 1주일 동안 철야작업을 했으나 올해는 주문은 커녕 문의전화 한통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판매부진으로 일부 품목은 덤핑물건이 나도는가 하면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비누 등 생필품의 도매가격이 오히려 하락하는 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휴대용 전화기 생산업체나 중고차 시장은 기동력을 갖추기 위한 후보자들의 수요가 발생하면서 선거에 따른 재미를 그런대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50% 증가한 4천대의 휴대폰 판매실적을 올렸으며 현대전자,모토롤라 코리아 등 다른 업체들도 1백%가 넘는 판매량 신장세를 올리고 있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수건 몇장 갖고는 안될 정도로 국민생활 수준이 향상된데다 공명선거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확신돼있어 물품제공 사례는 예년 선거때보다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면서 "증거가 남는 물품 대신 현금을 은밀하게 제공하는 방법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