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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 기획부 직원의 흑색 유인물 배포사건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수십년 후퇴시키고 있다. 정보기관의 월권행위와 권위주의 정부 아래서 빚어진 많은 부조리가 문제되었던 것이 얼마전의 일이다. 그래서 정보기관 스스로가 재출발을 다짐하면서 명칭을 바꾸고 내부적인 인사조처 등 많은 진통을 거듭했다. 공작정치 등과 연을 끊고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하겠다는 다짐을 국민앞에 거듭 밝혀왔다.

그런데 1명도 아닌 4명의 안기부 직원들이 도청기 등으로 완전무장 한채 흑색 선전 자료를 직접 배포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안기부는 대공 업무를 전담하는 가장 강력한 국가기관이다. 그러기에 대공업무의 기밀성을 위해 안기부원의 직무 비리는 안기부 자체가 조사하도록 했고,조직과 정원의 결정도 안전부장에게 일임되어 있다. 이같이 특이한 위치에 있는 안기부의 직원이 선거운동에서도 가장 비열하고 저급행위인 흑색 유임물 배포에 관여했다.

또 다른 3개조의 명단이 이들 수첩에서 발견되었다. 이런 사안들은 안기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민 신뢰가 떨어지면 부원 1,2명이 문제가 아니라 특수 위치를 보장한 법제도 자체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에서 이 사건이 나라 장래와 관계된다고 보는 것이다.

안기부 관계자의 해명대로 선전물 배포자가 안기부의 조직운영과 관계없이 친구의 부탁 으로 한 개인적 행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안기부의 명예를 위해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치더라도 다른 차원에선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안기부의 막중한 사명에 비추어 그 구성원은 최대로 정예화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직원 한사람도 아닌 4명이 안기부 장비일 것으로 추정되는 도청기까지 휴대한채 사적 행위를 자행할만큼 부의 기강이 해이하단 말인가.

이같은 운영,극소수이긴 하지만 해야할 일,하면 범죄가 된다는 한계를 쉽게 넘어가는 사적 행위가 있을 수 있는 정도라면 무엇인가 내부 운용과 분위기에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한다. 그렇다면 내부적인 분위기 쇄신없이 그대로 방치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한다.

이번 사건은 다행히 민자당이나 검찰도 그 중요성을 인식,전원 구속방침과 엄벌을 강조하고 있다.

처벌은 당국이 법에 따라 단호하게 할 것으로 믿는다. 우리의 관심은 앞서 지적한 안기부법 제도에 대한 신뢰의 회복과 부분위기 일신을 위한 기회가 마련되어져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기부의 정치관여,정치사찰 등이 제도적으로 봉쇄되는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범죄를 직접 저지른 자는 4명이지만,그 피해자는 공명선거를 바라는 4천만 전국민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