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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기기 '엑사블레이트 뉴로'
뇌 기능의 이상 유발하는 조직에 초음파 이용, 열 가해서 치료

“운동 장애 같은 ‘기능성 뇌질환’은 뇌의 복잡한 네트워크에서 ‘밸런스’가 깨진 상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본태성 진전(알려진 다른 원인 없이 몸 일부분이 떨리는 질환)이나 파킨슨병이 대표적이죠. 뇌전증은 신경세포의 발작적인 비정상적 활동에 의한 경우입니다.

그럴 때는 과도하게 또는 비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뇌 부위의 기능을 억제하는 수술적 치료를 하게 되는데, 이제는 비침습적이고 간편한 첨단 초음파 기기로 수술이 가능합니다.”

"바로 현재 유일하게 상용화된 '엑사블레이트 뉴로(ExAblate Neuro)'라는 초음파 수술 장비입니다. 0.5㎜ 이하의 오차 범위로 정확하게 조준, 초음파로 해당 조직을 변성(變性)시키면 수술 직후 증상은 바로 좋아집니다. 객관적인 치료 성공률뿐 아니라 환자의 주관적인 만족도 또한 높습니다."

지난 3일 본지(本紙) 인터뷰에 응한 이정일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동(同)병원 뇌종양센터장을 10년간 역임하고, 현재 신경외과 주임교수로 재직 중인 뇌질환 수술 전문가다. 뇌종양은 물론, '초음파 수술'을 포함한 기능성 뇌질환 치료 분야에서도 대가(大家)로 꼽힌다. 이 교수가 있는 서울 일원동 소재의 삼성서울병원은 작년 9월부터 첨단 초음파 의료 기기 '엑사블레이트 뉴로'를 도입, 매주 1명씩 기능성 뇌질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이스라엘 생명공학 기업 '인사이텍'이 개발한 이 기기는 2017년 국내 신(新) 의료 기술로 고시됐고, 현재 의료 기기 전문 업체 휴온스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전 세계 82개 병원에서 활용 중이며 손 떨림, 파킨슨병, 강박장애 및 신경병증성 통증 등 다양한 뇌질환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기능성 뇌질환은 2시간 내지 4시간 시술 1회로 증상이 개선된다"며 "치료 기전은 다르지만 역시 초음파를 이용해 시도하는 치료가 알츠하이머병 등 다른 질환에도 적용이 가능해진다면, 이 치료로 도움받을 수 있는 환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정밀 조준, 무혈 수술, 예후 좋은 '초음파 뇌 치료'

―의료 분야에서 초음파는 '초음파 검사'나 '피부 미용' 등에만 활용되는 줄 알았는데요. 뇌 수술까지 한다니, 원리가 궁금합니다.

"요약하면 '비침습적 무혈(無血) 수술' 방식이죠. 고강도 집속 초음파를 이용, 뇌 기능의 이상을 유발하는 부위의 온도를 올려 비정상적인 활동을 못하게 하는 겁니다. 치료 기기인 엑사블레이트 뉴로는 일종의 헬멧 모양으로 돼 있는데요. MRI(자기공명영상) 장치와 연결해서 환자의 뇌 영상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면서 초음파를 쏠 수 있습니다. 전신마취 없이 환자와 대화하면서 언어, 감각, 운동 기능 등을 평가해 부작용을 피하면서 문제가 되는 부위를 치료합니다. 두개골을 열고 수술해야 했던 과거에 비하면 아주 혁신적이죠."

―주로 어떤 뇌질환 치료에 활용되나요.

"현재로서는 기능성 뇌질환, 특히 파킨슨병이나 본태성 진전에 있어 뛰어난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박신경장애, 불인성 통증에도 적용하고 있고, 아직 시험 단계지만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알츠하이머병, 뇌전증 등에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악성 뇌종양 치료에서도 '혈액뇌장벽 개방술'이라고 하는 방법이 시험 단계에 있습니다."

―치료 연령 제한은 없나요.

"일반적으로 고령 환자도 제한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 "초음파 치료 한 번에 손 떨림 개선… 만족한 환자 여럿"

―3월은 국제 본태성 진전 재단에서 지정한 '본태성 진전 인식의 달'입니다. 손발 떨림 등 본태성 진전은 '나이가 들면 으레 그러려니' 하고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예방적인 치료가 없기 때문에 그러다 식사도 못 하고 글씨도 못 쓸 정도로 심해지면 수술까지 하게 되는 겁니다. 지금 아주 경미한 환자까지 포함하면 아마 수백만 명이 될 겁니다. 실제 수술까지 요하는 환자는 일부지만 그래도 대단히 많은 분이 도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본원에서 치료받은 분들 중 다수가 치료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약물 등 추가 치료 필요 없이 장기간 치료 효과가 유지되니까요."

―뇌혈관 질환에도 초음파 치료를 활용할 수 있을까요.

"아직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뇌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 뇌혈관 혈전증에 이용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초음파로 신장 혹은 요로 결석을 치료하듯이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초음파로 부숴버리려는 거죠." 기고자 : 신승민 메디컬 리포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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