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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2위 가상화폐거래소를 각각 운영하는 두나무(업비트)와 빗썸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회사에 대기업집단 지정 심사를 위한 재무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입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규제 의무를 부과합니다. 5조원 이상은 복잡한 공시·신고 의무가 적용되고, 10조원 이상이면 계열사 간 출자에도 규제가 강화됩니다.

두나무와 빗썸은 각각 지난해와 올해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에 오른 신생 기업들입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덩치 큰 재벌그룹에 적용되는 강도 높은 규제를 받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 이유는 가상화폐거래소에 예치된 막대한 '고객 자산' 때문입니다. 업비트와 빗썸의 경우 고객 예수금을 합친 자산 총액은 지난해 8월 기준 각각 42조9674억원, 11조6245억원입니다. 금융회사의 경우 대기업집단 여부를 판단할 때 공정위는 고객 자산을 제외합니다. 고객이 예치한 현금이나 코인을 빼면 두 기업 역시 자산이 5조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가상화폐거래소가 법적으로 정식 금융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객 자산을 제외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고객 자산을 공정위가 계산에 포함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가상화폐거래소라는 새로운 업종을 규정하는 근거법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화폐거래소에만 불리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입니다.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또 "가상 자산은 가치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가치 산정 기준 일자에 따라 대기업이 됐다가 중소기업이 되는 촌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상화폐거래소들이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산업 발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가상화폐거래소들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려고 하면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규정돼 사실상 신규 사업 확장이 막히게 된다"고 했습니다. 대기업 지정 조치가 신생 산업의 성장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기고자 :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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