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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 머릿속에 휴식이 필요할 때 '고독한 미식가'를 보곤 한다. 주인공이 일을 마치고 허기를 느끼면 주위의 식당을 찾아 헤매고 우연히 맛집을 찾아 공복을 달랜다. 마지막엔 원작자인 구스미 마사유키가 실제 식당을 방문해 간단히 한잔(?)을 한다.

그가 쓴 에세이 중에 '약삭빠르게, 온천'을 읽었다. 작가이며 음악가이자 이래저래 다재다능한 주인공이 격무에 시달리다가 혼자 짬을 내 근방의 온천을 다녀온다. 고독한 미식가와 비슷한 콘셉트인데 이 양반 일하다 말고 온천에 가서 몰래 목욕을 하고 근처에서 찾아낸 그날의 메뉴를 하나씩 드신다. 아무도 모르게 한다는 본인만의 법칙(휴대폰을 놓고 갈 때도 있다)으로 이 모든 건 반나절 사이에 이뤄진다.

책에는 열 곳의 온천과 그날 먹은 음식 얘기가 나온다.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짬이 날 때마다 욕조에 물을 받았다. 욕조에 들어가 있는 동안 한 챕터만 읽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해당 온천을 찾아보며 마치 내가 가본 것 같은 유사 체험을 한 것이다. 재미로 시작한 것이 이번 주에 열 번째 온천을 다녀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온천에서 데워진 몸을 적당히 식히고 수분을 보충할 때 시원한 맥주나 음료수를 마시기도 하는데 구스미의 책에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은 커피우유 마시기였다. 냉수를 마시고 나서 생맥주를 마시면 감흥이 떨어지는데 커피우유를 마실 경우 생맥주 맛도 유지된다는 것이 궁금했다. 어릴 때 목욕탕에 갈 때마다 냉탕에서 실컷 수영하다가 나오면 바나나우유를 사달라고 해서 마셨던 기억이 났다.

마지막 챕터의 날, 커피우유를 준비했다. 현실은 집 안 욕조 안에서 책을 읽었지만 그 어떤 온천을 가서 먹은 음료수보다 달고 시원하게 커피우유를 마셨다. 이어서 생맥주를 먹진 못했지만 기어이 온천에 가서 커피우유와 생맥주를 먹을 날을 기약해본다. 나도 약삭빠르게 목욕탕을 다녀오는 날이 곧 오기를. (※심화과정으로 '낮의 목욕탕과 술'이라는 책도 있음.) 기고자 : 김재민 NEW 영화사업부 대표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98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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