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디즈니+ - 메이의 새빨간 비밀

학교에선 'A+'만 받는 모범생, 집에선 세상 착한 딸.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메이는 딱 봐도 흠잡을 데 없이 똑부러지는 열세살 소녀다. 딱 하나, 엄마는 절대 이해 못 할 아이돌그룹 '4타운'의 열혈 팬이라는 걸 아직 집에 말하진 못했지만.

하지만 이 소녀에게도 질풍노도의 시기는 오고 말았다. 그것도 남들과 좀 많이 다른 특별한 방식으로. 급격한 감정 변화가 생기면 '펑' 하고 핑크빛 연기를 내며 북실북실 붉은 털의 레서 판다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그때 '4타운'의 북미 투어가 메이의 도시에 찾아오고, 메이와 친구들의 좌충우돌이 시작된다.

조상 대대로 전해져 온 전통, 간섭 심한 '타이거 맘' 엄마, 집안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는 자식…. 아시아계 이민자 가정을 보는 스테레오타입이 살짝 불편하다가도, 메이와 친구들의 귀여운 대소동을 보노라면 다 용서된다. 친구들과 함께 역경을 이겨내고 가족의 오해를 극복하며,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여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엔딩. 뻔하지만 편안하다.

"모두 내면엔 야수가 있죠. 깊숙이 숨겨진 별나고 시끄럽고 엉망인 모습요. 다들 그 야수를 영원히 숨기지만, 난 그냥 나대로 살기로 했어요. 당신은 어때요?"

디즈니+에서 함께 공개한 제작 다큐 '판다를 안아줘!'도 재미있다. 충칭 태생의 중국계 도미 시 감독을 비롯해 프로듀서 등 여성 제작진이 부드럽고 친밀한 제작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 - 문폴

궤도를 이탈한 달이 지구를 향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최근 개봉한 '문폴(Moonfall)'은 제목처럼 단순한 가정에서 출발한 SF영화다. '인디펜던스 데이'와 '고질라'의 감독 롤런드 에머리히가 연출을 맡았다. 충돌 위기의 지구라는 설정은 1990년대 SF 영화들이 즐겨 다뤘던 주제. 이번 영화는 한 번 끓였던 국을 오래 두었다가 다시 끓이는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과학적 정합성은 쉽게 건너뛰고 인물 묘사도 헐거운 편. 하지만 융단폭격 하듯이 제작비를 쏟아부은 블록버스터의 재미는 쏠쏠하다.

클래식 - 박유신 첼로 독주회

클래식에서 가곡은 본래 성악가의 장르다. 하지만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첼로로 연주하면 어떨까.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과 '포항음악제'의 예술감독인 첼리스트 박유신〈사진〉씨가 독특한 실험에 나섰다. 최근 슈만의 이 연가곡을 첼로 버전으로 녹음한 데뷔 음반을 발표하고 22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음반은 지난해 독일 하노버에서 녹음했다. 22일 연주회에서는 슈만의 곡들과 함께 브람스 첼로 소나타 1번을 곁들인다.

연극 - 불가불가

임진왜란 직전 임금 앞에서 두 대신이 갑론을박한다. 대신 1은 "10만 병력을 길러야 한다" 아뢰고, 대신 2는 "10년 후에 올지 모른다는 호랑이가 무섭다고 코밑에 호랑이를 키우자는 말이냐" 반박한다. 대신 3에게 의견을 묻자 "불가불가(不可不可)"라고 답한다. 임금이 다시 "대감, '불가불, 가'요, 아니면 '불가, 불가'요?" 물어도 대신 3은 반대도 찬성도 아닌 "불가불가"만 되풀이한다. 서울시극단이 지배 계급의 무능과 부도덕을 풍자하는 이야기. 이철희 연출로 26일부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뮤지컬 - 스메르쟈코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백치 여인이 낳았다는 사생아이자 요리사 스메르쟈코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무덤이 즐비한 무대에서 탄생과 죽음에 대해 노래하고 질문한다. 3명의 스메르쟈코프가 등장할 만큼 내면을 깊이 파고들지만 전작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사진〉를 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1인 다역으로 카라마조프가의 삼형제, 조시마 장로도 등장한다. 수증기라는 의미인 스메르쟈코프는 어떻게 악의 화신이 되었을까? 오세혁 각색·연출로 5월 29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