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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연구원 잠정 추계

올해 태어난 아기는 국민연금 가입이 가능해지는 18세가 되는 2040년에 월급의 17%를 보험료로 납부해야 겨우 부모 세대와 비슷한 수준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을 것이란 보건사회연구원 잠정 추계 결과가 나왔다. 현 세대는 매해 소득의 9%를 연금 보험료로 적립해서 장기 운용한 돈을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노후 수령액의 비율) 40% 정도 수준에서 돌려받고 있다. 그런데 후 세대는 국민연금이 부실화돼 적립금이 고갈되면서 그해 납부한 보험료로 즉시 수령액을 충당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같은 소득대체율을 받으면서도 납부 부담은 훨씬 커진다는 뜻이다. 후 세대는 평균 입사 연령대인 30세에는 소득의 4분의 1, 40세는 3분의 1, 생애 소득의 절정기인 50~60대에는 월급의 40%를 각각 쏟아부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와 여야가 현 세대의 표를 얻으려 연금 개혁을 미뤄온 결과"라고 했다.

21일 보사연 윤석명 연구위원 팀이 진행 중인 국민연금 장기 재정 전망(이하 '잠정 추계')에 따르면, 2080년에 그해 국민연금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소득 대비 보험료율(비용률)이 41.3%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2080년은 2020년 출생한 아기가 60세가 되는 해다. 이는 지난 2018년 정부의 국민연금 재정 4차 추계 때 2080년 비용률 29.5%보다 11.8%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또 9년 전 3차 정부 추계 때의 2080년 비용률(22.6%)과 비교하면 18.7%포인트 올라 거의 갑절이 됐다. 또 2040년 비용률은 17.1%, 2050년 25.5%, 2060년 34.6%, 2070년 39.9%로 각각 나타났다. 연금 전문가인 김동섭 한림대 객원교수는 "연금 개혁을 뒤로 미룰수록 보험료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갈수록 개혁은 멀어진다는 뜻"이라며 "만약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연금 개혁에 착수하지 못한다면 자녀 세대를 위한 연금 개혁은 영영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5년 단위의 정부 추계 도중에 이뤄진 이번 추계에서는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 등 핵심 요소는 그대로 유지하고 '인구 변수'와 '거시 경제 변수' 등 전제들만 최근 변화를 반영해 조정했다. 그러자 4년 전 정부 추계에서 예상됐던 적자 전환 시점(2042년)은 2040년으로 2년 앞당겨졌고, 연금 고갈 시기도 2057년에서 2056년으로 1년 가까워졌다. 여기에 적립금이 고갈되면서 이후에는 매년 보험료 수입만으로 그 해 지출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해 이른바 '부과 방식'을 적용했더니, 후 세대의 막대한 연금 납부 부담 수치가 도출된 것이다.

또한 잠정 추계에서는 GDP(국내 총생산) 대비 급여 지출 비율도 2060년 8.1%, 2070년 9.9%에 이어 2080년 10.8%로 올라섰다. 연금 개혁이 없다면 미래엔 연금 충당으로만 GDP의 10%를 넘게 쓰게 된다는 결과다. 특히 2100년에는 무려 1009조원의 연금 적자가 발생한다는 추산도 처음 도출됐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보사연 잠정 추계는) 인구가 크게 감소하고 성장률도 낮게 지속된다는 비관적인 전제에 근거해 도출됐기 때문에 보사연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연금 개혁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점진적으로 장기간에 걸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간과됐다"고 했다. 그러나 보사연 추계 연구팀은 "출산율 변수는 통계청, 성장 변수는 기획재정부의 공식 자료를 대입했을 뿐이고 그나마 낙관적으로 도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 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연금 재정 전망 기고자 : 선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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