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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가스값 치솟아 대금 연체
현지 언론 ＂EU와 관계 강화, 親서방 정책에 대한 보복＂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있는 동유럽 소국(小國) 몰도바가 60일간의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몰도바의 천연가스 공급을 맡고 있는 국영기업 '몰도바가스'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에 천연가스 대금을 연체하면서 "가스 공급 중단"을 통보받은 데 따른 것이다. 20일(현지 시각)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나탈리야 가브릴리차 총리는 몰도바가스와 가스프롬의 대금 지급 조정 협상이 결렬되자 "에너지 안보가 위험에 처했다"면서 의회에 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했고, 의회는 이를 승인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다. 몰도바가스와 가스프롬은 지난해 10월, 5년짜리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매달 20일까지 전달 가스 수입 대금 잔액과 해당 월의 가스 대금 50%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타면서 지난해 11월 1000㎥당 450달러였던 가스 값이 올해 1월 647달러로 44% 치솟았다. 국내 가스 공급가를 올리지 못한 몰도바가스는 자금 부족 사태에 직면했고, 결국 이달 치 2500만달러를 지급하지 못했다. 그러자 가스프롬은 "21일부터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몰도바 정치권과 현지 언론에선 "러시아가 몰도바의 친서방 행보에 보복하며 길들이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옛 소련에 속했던 몰도바는 2020년 11월 친서방 성향의 마이야 산두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유럽연합(EU)과 관계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때부터 러시아 가스프롬과 가스 공급 계약 및 대금 지급 협상이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로 몰도바 정부는 몰도바가스에 1~2월 부가가치세 유예, 비상 기금 지원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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