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동물 학대 혐의 제작진 고발… ＂드라마 폐지, 처벌＂ 靑청원 5만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낙마 장면 촬영에 동원됐던 말이 결국 숨진 것으로 밝혀지며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KBS 홈페이지의 이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엔 3000건 넘는 비판글이 올라왔고, 동물권 보호단체 '카라'와 한국 동물보호연합 등은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제작진을 경찰에 고발했다. 드라마 폐지와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하루 만에 5만3000여 명(21일 오후 9시 현재)이 동의했다.

20일 공식 사과문을 낸 KBS가 21일에는 "2주간 드라마를 결방하고 문제 회차의 온라인 다시보기도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 1일 방영된 7화 중 태조 이성계(김영철)가 말을 타고 가다 낙마하는 장면. 19일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이 말의 다리에 묶인 줄 같은 것을 당겨 강제로 바닥에 쓰러뜨리는 모습이 담긴 촬영 현장 영상을 공개했고, 온라인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영상을 보면 굴러 떨어진 스턴트맨도 정신을 잃은 듯 보이고, 말도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다.

논란이 확산되자 KBS는 "말이 현장에선 이상이 없었으나 1주일 뒤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과했지만 시청자 반응은 차가웠다. "수신료로 말을 죽이다니" "생명을 도구화하는 폭력을 시청자들에게 저지른 것" 등의 격한 말이 쏟아졌다. '태종 이방원'은 특히 KBS가 '수신료의 가치'를 내세우며 5년 만에 선보인 대하사극이어서 기대가 컸던 시청자들의 반감이 더욱 크다.

동물 촬영 전문업체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A업체 대표는 "개나 고양이 같은 작은 동물도 현장에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위험하면 중단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 쓴다. 이번 말 사건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카라' 대표를 지낸 임순례 영화감독은 "동물의 생명을 촬영장 소품처럼 경시했다.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큰 CG 대신, 죽거나 다쳐도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해 말을 그렇게 학대한 것"이라며 "제작사들이 잘못된 현장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김민기 기자
본문자수 : 108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