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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경제 위기가 한창이던 시절, 영국 리즈(Leeds)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프랑스 소도시와는 조금은 다른, 약간은 더 지역색 강한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전성기'라는 뜻으로 쓰이는 '리즈 시절'의 바로 그 리즈다.

코로나 이후 급작스러운 재택근무와 함께 사람들은 갑자기 집 주변 환경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팬데믹은 지역 즉 '로컬'을 우리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오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 동시에 오랫동안 함께했던 것 같은 식당 등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떠나게 만들었다. 과연 팬데믹 이후 우리는 좀 더 지역 특징이 크고,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낄만한 '로컬'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까?

모종린의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알키)는 이런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양양에 있는 서퍼들의 공동체는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 사례가 되었고, 강릉의 커피 거리 역시 아주 색다른 문화 지구가 되었다. 우리의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으면서 이제 우리도 우리 안에 있는 문화적 요소와 지역적 요소에 대해서 새로운 가치를 찾거나 재창조할 때가 된 것 아닌가 싶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 경제에 소상공인 도시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다수의 중산층이 기계가 만들 수 없는 공간과 문화 구조에서 창업과 고용의 기회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종린은 디지털이 채울 수 없는 집 근처의 생활 공간에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주목한다. 과연 강남 스타일이 서울을 지배하고, 그 서울의 자본이 전국을 프랜차이즈로 '카피 앤드 페이스트' 하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로컬 경제가 가능하단 말인가?

뉴욕의 책 문화 지구 등 다양한 선진국 사례와 함께 다채로운 한국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코로나 이후 국민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참고하면서 서울 중심 한국 경제의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우리 안의 '힙'한 것들의 최근 사례 속에서 어떤 가게와 거리에 사람이 모이는지, 새로운 해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택배 받기 좋은 도시가 꼭 살기 좋은 도시일까? 모종린은 그렇게 대답하지 않는 것 같다. 기고자 :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8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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