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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오미크론 확산에 노동력 부족… 2주간 880만명 사상 최대 결근

미국 식당에선 메뉴에 표기한 가격 외에 접객한 종업원에게 팁(tip·봉사료)을 따로 준다. '음식값의 15% 정도를 주고, 서비스가 좋으면 그 이상 줄 수 있다'는 게 오랜 관행이었다. 그런데 요즘 뉴욕 식당 영수증에는 최저 봉사료가 18~20%로 찍혀 나온다. 5만원어치 식사를 했다면 1만원 정도 더 내야 한다. 유명 식당은 25~30%를 요구하기도 한다.

맨해튼의 한 식당 주인은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요즘 설거지하는 직원도 월 8000달러(950만원)를 준다. 야간 수당은 1.5배"라고 했다. 그렇게 많이 줘도 툭하면 힘들다고 그만둔다는 것이다. 그는 "경쟁 업체에선 100달러라도 더 주고 사람을 빼간다"며 "음식값을 갑자기 올릴 수 없어, 직원들이 팁이라도 더 받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각종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대면 근로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인건비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섭게 뛰고 있다. 나이 든 계층은 감염을 우려해 조기 은퇴하고, 젊은 세대는 사람과 부대끼며 일하는 직업 대신 좀 더 자유롭고 편한 일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대사직(Great Resignation) 사태'가 불러온 구인난과 노동자 우위는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임금 인상이 생활 물가 급등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로, 40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 억제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올해 금리 인상 등 고강도 긴축을 예고했다.

아들이 다니는 공립 유치원에선 최근 음악 교사와 도서관 사서가 며칠 간격으로 사표를 냈다. 담임 교사까지 "딸이 수술받는데 간병인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 달 휴가를 내 대체 교사가 투입됐다. 학부모들은 "코로나보다 무서운 게 선생님의 휴직과 퇴직"이라고 불안해한다. 감염자 증가로 학교 문을 닫으면 원격 수업이라도 하지만, 교사가 없으면 끝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2년간 미국 어린이집 3곳 중 1곳이 교사 부족으로 폐업, 부모들이 육아에 발이 묶여 일터에 나가지 못한 것이 최근 인력난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사용자들은 취업 문턱을 낮추려 학력과 경력, 연령을 파괴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지난 19일 장거리 대형 화물트럭 기사 최저 연령을 21세에서 18세로 낮추기로 했다. 스타벅스 등 대기업은 직원에 대한 백신 접종 의무화 요구를 속속 포기하고 있다. 백신까지 강요하면 사람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인력 부족으로 인해 기업들은 운영 시간을 단축하고, 항공과 철도 편수도 급감하고 있다.

인구조사국은 20일 "미국의 최근 2주간 결근자가 총 880만명으로 사상 최대"라고 발표했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폭증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미크론 변이가 일으킨 최대 문제는 전염 확산이 아니라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라고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월스트리트 조사에서 심각한 구인난과 인플레를 들어 1분기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2%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기고자 :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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