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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의외의 말이 윤태준의 입에서 나왔다.



『영감, 청일양군의 실수(실 )를 정확히 알고 계시오？ 호왈 청군은 1천5백, 일본군은 2백이라 하지만 둘 다 상당히 부풀린 것이오. 청군은 1천3백, 일군은 1백50을 넘지 않소이다. 』



『그래요？ 그게 그거 아니겠소. 난 병력 같은건 흥미가 없소이다. 』

하지만 윤태준의 귀띔은 다소간의 의미가 있었다. 일본군의 약세를 제대로 알라는 뜻이었다.



『그렇지가 않소이다. 1만의 군사로 10만 대군을 격파할 수는 있으나 백명 남짓한 병력으로 천이 넘는 군대를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오. 』

윤태준의 무장다운 설법이긴 했다. 김옥균은 별안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희한한 소식 전해주셔서 고맙소이다. 전쟁이 터지면 여기 나온 군사만 가지고 서로 싸우겠소？』



『허긴 그렇지요. 』

두사람의 탐색은 여기서 끝났다. 윤태준은 김옥균을 다시 본듯 했다. 그가 어떤 감촉을 받았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큰 변사가 촉박한 느낌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옥균은 독립당의 거사준비가 거의 끝나고 있음을 영국의 「아스톤」 영사에게 사전통고나 다름 없는 암시를 주었다.

「아스톤」은 그런 호의에 보답하려는지



『귀국의 정치동향을 이미 주일공사관 주청국공사관 그리고 본국 외무성에 소상히 보고했지요. 헌데 어떤 이웃나라가 조선의 개혁을 도모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독립당 여러분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말입니다. 』

수수께끼같은 말을 했다. 「아스톤」은 조선말을 잘했다. 이웃이라면 청일 양국이다. 독립당의 일과는 상관없다면, 혹시 청국이 무슨 변사(변사)를 음모하고 있단 말인가？ 아니면 일본이 독자적으로 청국군을 몰아내고 조선정부를 전복할 음모를 꾸미고 있단 말인가？

김옥균은 잠시 생각하고 물었다.



『일본이 그렇다는 말씀이오？』



『농담이었어요. 』

「아스톤」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이내 정색을 하며



『미구에 조선에서 큰 일이 일어날 것이니, 공들은 조심을 해야 할줄 압니다. 』



『우리는 이미 신명을 내던졌소. 다만 변이 나면 여러 외국인들에게 누를 끼치게 될까 그게 걱정이오. 』

김옥균의 대답이다.



『한가지 알고 싶습니다. 그럴 경우 나같은 외교관은 어떻게 처신하는게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국왕과 사생(사생)을 같이할 것이오. 당신도 마땅히 우리와 같은 처신을 해야 할줄 아오. 외국 사신은 주재하는 나라의 임금과 안위(안위)를 함께 하는 것이 공법(공법)으로 알고 있소. 』

그러나 「아스톤」은 급히 되물었다.



『공의 말씀은 옳습니다. 하지만 국왕이 스스로 지탱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김옥균은 웃으며 대꾸했다.



『그건 지나친 걱정이오. 사세가 그런 지경에 이른다면 인력으론 어찌 할 수 없는 일이오. 명운(명운)에 맡겨야지요. 우리 국왕은 각국의 공사와 영사들의 안전을 보장하실줄 믿소. 모쪼록 국왕께서 대권(대 )을 능히 행사할 수 있도록 각국 외교관들이 도와주기 바라겠소이다. 』

피차 완곡한 화법을 쓰고 있지만 충분한 의사소통이 되었다.

김옥균은 미국의 「푸트」공사를 다시 방문했다. 거사후의 예측하기 어려운 사태라서 영미 양국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겠기 때문이다.

「푸트」공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듣고나더니, 곁의 윤치호에게 조용히 말했다.



『공들이 정녕 시기를 늦추지 못할 상황이라면 잠시 산천을 유람하거나 상해, 「나가사키」같은 곳에서 소일 하다가 정세가 진정된 다음 귀국하시는 것도 한번 깊이 고려하실 일입니다. 』

김옥균은 내심 당황했으나, 태연하게 대답했다.



『진정어린 말씀 고맙소이다. 그러나 위국(위 ) 또한 큰 기회가 아니겠소. 』

오 룡 길 그림

서 기 원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