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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총선날인 24일 비가 옵니까,맑겠습니까. " 요즘 날씨를 알려주는 131 안내전화와 기상청 예보관리과에는 투표날의 일기를 미리 알아보려는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투표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날씨가 투표율과 투표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믿는 후보자와 운동원들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막바지까지 혼전을 벌여 딱부러진 전망이 서지 않는데다 각종 여론조사가 낮은 투표율을 예고하고 있어 후보자들을 은근히 조바심나게 하고있는 것 같다.

날씨와 선거의 상관관계를 믿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선거가 잦은 미국에선 날씨가 맑으면 민주당,흐리면 공화당이 유리하다는게 속설처럼 전해온다. 비나 눈이 오면 민주당원은 투표를 포기하지만,공화당원은 승용차를 타고가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투표날에 비가 오면 저소득층과 부녀자들의 투표율이 떨어진다고 한다. 우산은 하나인데 그걸 남자가 쓰고 나가면,비를 맞고까지 가서 투표할 생각을 안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떨까. 85년이후 치러진 4차례 큰 선거때의 날씨와 투표율을 분석해보면,날씨와 투표율의 상관관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무리인 것 같다.

신민당 돌풍이 일었던 85년 2 12 총선날의 최저기온은 영하 0.4도,낮최고는 3.4도. 때아닌 겨울비가 2㎜정도 내렸지만 겨울날씨 치고는 포근했다. 유세때도 화창한 날이 계속돼 유세장마다 군중들이 몰렸었다. 투표날을 2월로 정했을 때는 "야당바람을 막기위해 동토선거를 치르려한다"는 거센 비난도 있었지만 투표율은 84.6%를 기록했다.

5 17후 치러진 11대(81년 3월25일)의 1.8도보다 2.2도 높았지만 투표율은 6.2%포인트나 올라갔다. 더욱이 선거때마다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서울이 인천보다도 0.4%포인트 높은 81.1%를 기록해 야당바람이 날씨보다 더 큰 변수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87년 1노3김이 겨룬 12 16 13대 대통령 선거날은 구름이 조금낀 맑은 날씨였다. 기온이 아침최저 영하 4.5도로 쌀쌀했다. 그러나 투표율은 20여년만의 대통령 선거열기를 반영하듯 89.2%로 높았다. 결과는 아는대로 당시 민정당 노태우후보 승리.

여소야대 정국을 몰고온 88년 4 26총선. 이날 전국은 맑은 날씨에 낮최고 20.5도,아침 최저 8.3도로 화창한 봄날씨였는데도 투표율은 75.8%로 13대 대통령 선거보다 무려 13.4%나 떨어졌으며 2 12 총선보다도 10%가량 줄었다. 그러나 경북 83.3%,경남 79,9%,전남 80.3%,충남 78.8%로 평균치를 웃돌아 날씨보다는 지역감정이 투표율과 결과를 좌우했음을 보여주었다.

30년만에 치러진 작년 6 30 광역의회선거. 여당이 압승을 거둔 선거. 이날도 다소 흐렸을 뿐,낮최고 29도,최저 18도로 더웠다.

85년 이후의 선거중 가장 좋은 날씨였다. 그러나 투표율은 58.9%로 정당개입이 허용된 선거중에서는 가장 저조했다.

4대 선거를 종합해 보면 날씨 이전에 주요 이슈나 지역감정 등이 투표율과 여-야간 승패를 가름해온 것이 우리의 선거풍토였음을 알수있다.

다만 투표율이 임박해서까지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표가 많을 경우 날씨가 맑으면 야당이,궂으면 여당이 유리하다는 기상심리학자들의 분석도 있다. 기상청은 투표날인 24일,아침 최저 2~5도,낮최고 11~14도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화창한 봄날이 될 것이라는 예보다. 이번엔 과연 어떨까. <최장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