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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 김우중회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정치권이나 정주영씨의 정치활동에 대해 조심스런 표현을 쓰면서도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창사 25주년을 이틀 앞두고 김회장이 21세기에 대비한 경영 구도를 밝히는 자리로 마련됐다. 그러나 국민당의 귀추에 대해 재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정주영씨가 자서전에서 김회장을 비판한 이래 양자관계가 불편한 마당이어서 자연히 정치권에 대한 문답이 많았다.

김우중회장과의 일문일답을 요약한다.

"최선다했나 반성을"

-올 상반기안에 특수공과대학원을 만든다는데.

"올해부터 94년까지 연간 3백억원씩 들여 대학원과 기초기술연구를 맞물리는 대우 고등기술연수원이 자리잡도록 하겠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정치 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구도 만들겠다. 누구든 신분을 가리지않고 정치입문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정치인격을 도양하고 세계를 보는 눈을 키워주고 싶다. 정치지망생이 반드시 젊은 사람들일 필요는 없다. 30~40대 인물을 위주로 할 것이다. "

-재원과 운영방식은.

"앞으로 3년안에 대우조선이 공개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진 지분이 이때 현금화되면 기금으로 쓸 생각이다.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해 3년쯤 코스를 밟게하겠다. 현재 우리 사회의 지도력 빈곤현상을 메우기위해 고르바초프같은 세계적 정치지도자들을 모셔다가 강의도 시켜 올바른 정치인격을 도야시키고 싶다. "

-현 정치권에 대한 시각은.

"세상은 마구 변하는데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처럼 맨날 싸우고 있다. 시야를 넓혀야할 땐데 맨날 정권투쟁만 하고 있으니-. 새 지도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정주영씨도 작년까지는 정치를 측면지원만 하겠다더니 직접 나섰다. 김회장도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

"측면지원 얘기는 정회장이 아니라 이명박씨가 끝까지 주장했던 거라고 직접 들었다. 정회장은 정감록에 나왔다 고 한다지만 나는 그런 것도 없으니 되겠느냐(웃음). 돈 벌어 돈만 대는 역할에 그칠 것이다. "

-정주영씨 정계진출을 어떻게 보는가

"경제인이 정치로 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기업만 해도 잘될지 모를 판인데. 정치에 나설 만큼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는지 자문해봐야한다. 그간 재계가 1백% 잘했다면 정계가 지금처럼 되지않았을 것이라는 반성이 있어야한다. 자기 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

"국민당 소수당될것"

-국민당이 총선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으면 대우를 비롯한 경쟁그룹에 불이익이 오지않겠는가.

"그간 정부 수의계약을 현대가 가장 많이 따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국민당이 다수당이 되거나 대통령을 배출한다면 문제겠지만 어차피 소수당이 될텐데 왜들 그리 떠드는 지 모르겠다. 정치판에 나서면 자기도 드러내놓고 못하고 우리도 못한다. 무리할게 없다. 지금까지에 비하면 오히려 절대 유리하다. 정치라는게 국민을 잘 살게 해야지,라이벌 죽이는게 정치냐. 한비사건-현대아파트 사건같은 뇌물 탈세를 대우는 한번도 저지르지 않은 모범 기업이다. 사회정의가 있는데 가만히 두고보지 않는다. "

-정주영씨 정치활동을 두고 재계가 분열돼있다는데.

"분열이 있다고 보지않는다. 요즘들 과잉반응하는 것같다. 공사를 함께 얽어 놓고보면 그리 볼수도 있겠지만 공적인 경쟁은 따로 떼놓고 봐야한다. 나만해도 요즘 국회의원을 한사람도 만나지 않고있다. 바빠서 정치에 신경쓸 새도 없다. "

경제단체성명 외압없어

-최근 현대그룹에 대해 정치지원 자제를 촉구한 경제5단체 성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10년 넘게 했던 터라 일부 단체가 내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다하는 데 동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압력받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

-그룹경영에서 김 회장이 너무 독주한다는 시각이 있는데.

"외국 결정권자와 내가 직접 만나면 아무래도 일이 쉽게 되지않겠느냐. 해결사노릇을 해왔을 뿐 독주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기술이 고도화-전문화하면 그룹이 자연스럽게 쪼개져나갈 것이다. 5년쯤 지나면 계열사사장들이 오너 눈치보지않고 독자적으로 일할수 있는 체제가 온다. 대우는 독립경영으로 쪼개지는 첫 그룹이 될 것이다. <오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