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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민주당 대표가 20일로 예정됐던 광주집회를 취소한 것은 잘한 처사이다. 우리는 그러한 결정이 현지 민주당 후보들에게 득이 됐는지,아니면 실이 돼는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모처럼만에 김 대표의 연설을 들을 기회가 무산됨으로써 현지의 많은 지지자들에게 적지않은 실망을 안겨 주었으리란 점이다.

또 연설취소가 현지 후보들의 선거운동에 적어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예상하기도 어렵지 않다. 그런 현실적인 부담 요인에도 불구하고 지역감정 확산의 반대의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그같은 결정을 내렸기에 우리는 특히 이를 반기는 것이다. 김 대표의 그러한 처사에 대해 맹목적으로 열광하던 예전의 지지분위기와는 다른 요즘의 현지 사정을 감안한 결정일 것 이라며 애써 그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일부 반론이 있는 점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사정이 어떠했건 간에 민주당의 광주집회 취소가 다시 일기 시작했던 지역감정 의 확산을 막는데 다소나마 기여할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이미 지난번 본란에서 지적한 바 있듯이 영남과 호남지방에서는 12대 대통령선거 및 13대 국회의원 선거때와 같은 특정 정당에 대한 몰표현상이 재현될 조짐을 보여 우려를 자아내게 했었다. 그런 현상이 그 지역 출신인 양김씨에 의해 주도됐음은 물론이다. 그런가하면 충청도에서는 이른바 중부권역할론 으로 특정인이 표몰이를 하고 다녔고,또 모 신생 정당은 강원도의 지연을 바탕으로 이곳에서 바람 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이들 정당 및 정치인들의 의도대로 지역바람이 세차게 불게될 경우 그들의 정치적 목적은 일단 달성되는 셈이다. 그러나 나라꼴은 어찌 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좁디좁은 국토가 사분오열된채 심각한 지역갈등에 휩싸이게 될 것이 뻔하다. 그것은 역사와 민족앞에 돌이킬 수 없는 죄를 범하는 행위이다.

지역바람 은 또 선거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어느 지역은 어느 당 하는 식으로 주민들이 몰표를 주는 상황 아래서는 다른 정당,다른 후보는 아예 처음부터 설땅을 찾지 못하게 된다.

그로 인한 혜택은 지금의 민주당이 가장 많이 입었으면서도 타격 또한 가장 심각하게 받았다. 호남이라는 특정지역에서는 이른바 싹쓸이 로 석권을 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역풍 때문에 반대의 결과가 나온 탓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지역당 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고 또,다른 정당을 역시 그런 입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행위는 삼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소위 대권 을 노리는 여-야 정치 지도자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긴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어차피 특정 지역만 석권해서는 대권을 넘볼 수 없고 원내 다수당 또한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