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저출산에도 날개 단 명품 아동복… 백화점 매출 껑충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15일 프랑스 패션 업체 디올의 아동복 '베이비 디올' 매장을 강남점에 열었다. 다음 달 15일 부산 센텀시티점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곳에서 파는 아동복 반팔 티셔츠는 40만원대, 신발은 80만~100만원대, 원피스는 150만원대다. 일부 외투류는 2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高價)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MZ세대 부모 사이에서 반응이 좋아 당초 예상보다 30% 이상 매출이 더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복 시장은 저출산으로 정체기를 겪고 있지만 '명품 아동복'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출산율은 줄었지만 한 자녀 가정이 늘면서 '텐 포켓(1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와 양가 조부모, 삼촌·이모, 주변 지인까지 돈을 쓴다는 뜻)'이란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한 아이에게 소비가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주요 소비자인 밀레니얼 세대의 명품 소비가 크게 늘어난 데다, 이들이 자녀에게도 고가의 제품을 사주면서 고가 아동복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쪽같은 우리 아이'가 입는다

신세계백화점엔 몽클레르 앙팡, 버버리 칠드런, 펜디 키즈, 엠포리오 아르마니 주니어, 겐조 키즈 등이 입점해 있다.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몽클레르 앙팡과 버버리 칠드런 매출은 전년보다 13.3% 늘었다. 펜디 키즈의 경우는 전년보다 40%가 늘었을 정도로 매출 성장곡선이 가팔랐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프리미엄 아동복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관련 상품군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작년 1조6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증가했다. 전체 패션 시장 성장률의 2배를 웃돈다. 전년도 기저 효과가 있지만 무엇보다 아동복 명품 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이 전체 규모를 키우는 데 영향을 끼쳤다. 합계출산율이 2014년 1.21명에서 작년 0.81명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아동복 시장이 2016년 1조3087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저출산의 여파로 줄곧 감소세였던 것을 생각하면, 고가의 아동복이 많이 팔리면서 시장 축소의 속도를 늦췄다고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작년 명품 아동복 편집숍 '퀴이퀴이'를 열었다. 이곳에선 발렌시아가 키즈, 끌로에 키즈부터 젊은 세대에 인기가 많은 오프화이트, 마르지엘라의 아동 의류·잡화를 팔고 있다. 맘카페에서 인기가 높은 스페인 아동 브랜드 보보쇼즈도 동탄점에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 5층에 아동 전문 매장 '스튜디오 쁘띠'를 선보였다. 760㎡(230평) 공간에 10여 개 유아동 관련 브랜드를 채웠고, 가족 고객을 위한 넓은 휴게 공간도 만들었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7개 백화점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에 아동 전문관을 운영 중으로, 앞으로 백화점과 프리미엄아울렛 전 점포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압구정본점은 재작년 지하 2층을 리뉴얼하면서 기존 펜디 키즈에 더해 지방시 키즈, 몽클레르 앙팡을 추가로 입점시켰다.

◇1인당 구매 금액 더 커진다

값비싼 아동복이 잘 팔리다 보니 백화점의 아동복 매출액과 1인당 구매금액도 갈수록 더 계속 커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작년 한 해 아동 상품군 매출은 20.4%가 증가했다. 이 중 아동 명품만 떼어 놓고 보면 39.8%가 증가했다. 고가 아동복이 전체 아동 상품군의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세계백화점의 작년 아동 상품 매출도 전년보다 25% 늘어났다. 이 중 고가 브랜드를 포함한 수입 아동 상품 매출은 32.4% 증가했다. 비싼 아동복일수록 더 많이 팔린 셈이다.

명품 플랫폼에서도 아동복 판매 성장은 두드러진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의 지난해 아동 상품군 거래액은 162% 증가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부모와 비슷한 옷을 입히는 '시밀러룩'이 유행하는 데다, 명품 아동복일수록 한철 입히고 다시 리셀 시장에서 되팔기 좋다는 것도 잘 팔리는 이유로 꼽힌다"고 말했다. 기고자 : 성유진 기자
본문자수 : 201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