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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여성 인플루언서들이 진행하는 '왓츠인 마이백' 코너를 즐겨본다. 자신의 가방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소개해주는 코너다. 여기서 소개되는 물건들은 주로 미용 도구다. 앞머리에 볼륨을 넣어주는 집게, 향수의 기능을 겸비한 핸드크림, 감쪽같이 피지를 잡는 파우더 등 어찌나 신기한 물건들이 많은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화장이랑 거리가 먼 사람이다. 소위 말하는 '똥손'이다. 나의 유일한 화장 도구인 아이라이너는 딸아이가 검정 색연필로 쓰고 있다.

나처럼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은 가방 속에 딱히 보여줄 만한 게 없다. 얼마 전 정리를 할 겸 가방을 털어봤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들고 다니는 텀블러, 언제 적 것인지 모르는 몇 개의 꼬깃꼬깃한 영수증, 목캔디, USB 메모리, 작은 노트 한 권과 볼펜 한 자루, 일회용 물티슈, 그리고 모래가 쏟아진다.

'왓츠인 마이백'이 재미있는 이유는 가방 속 물건들이 꼭 신기해서만이 아니다. 가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물건 속에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의 물건들에도 사연은 있다. 모래는 놀이터에서 얻었다. 벤치에 앉아 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때 아이는 모래 놀이를 하다가 발견한 비비탄 총알, 조개껍데기 같은 것을 내 가방 속에 넣어놓는다. 아이를 지켜보는 와중에 글감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 가방에서 노트와 볼펜을 꺼내 메모를 한다. 밤에는 노트북 앞에 앉아 그 메모들을 옮겨 적는다. 가정주부로 생활하다 보면 문득 세상에서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그 메모들이 작은 위안이 된다. 내가 여전히 사유하고 있다는 걸 증언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니 가방 속 물건 하나하나가 내 삶의 숨은 조력자다. 그 안에 아이와의 소중한 추억도 들어 있고, 무기력한 순간 나의 꿈을 지탱해주는 물건도 들어 있다. 소중한 것이기에 매일 습관처럼 어깨에 메고 다닌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조용히 삶을 지탱해주는 그런 물건 한 개쯤 가방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기고자 : 황수아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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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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