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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

빌라 주차장 바닥에 혼자 앉아있던 생후 12개월 아이를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사고 당시 운전자가 주의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형사12단독 노한동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여·2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작년 4월 7일 오후 6시 25분쯤 승용차를 운전해 자신의 집이 있는 경기도 수원시 빌라 지상 주차장으로 진입하면서 바닥에 앉아있던 B(1)군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앉혀두고 5m 거리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빌라 주차장은 평소 주민들의 통행이 빈번한 반면 진입로에 설치된 사각 기둥 때문에 시야가 원활하게 확보되지 않으므로 운전자는 최대한 감속하거나 일시 정지해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며 안전하게 운전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시속 15km로 진행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 판사는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해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 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해 대비해야 할 주의 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이 같은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노 판사는 "피해자와 같은 영·유아가 차량이 오고 가는 곳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은 차량 운전자가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라며 "차량의 주차장 진입 당시 속도는 시속 9㎞로, 주차장의 상황과 구조를 고려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위험이나 장해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은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가 생후 12개월이고 앉은 채 양손을 땅에 붙이고 있는 자세를 취해 앉은키가 49.86㎝(생후 12~18개월 남자의 평균 앉은키는 49.86㎝)보다 낮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주차장에 진입할 당시 피해자를 보지 못했더라도 전방 주시를 게을리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 판사는 또 "운전자 입장에서 아무도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으므로 주차장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 속도를 시속 9km에서 15km로 가속한 것이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고자 : 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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