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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부터 화내는 모습 보여
분노가 선수들 자극해 승리 유도

"질 수도 있어. 근데 경기 안 뛸 거야? 따라가려고 노력은 해야 할 거 아니야!"

지난달 26일 수원 KT와 서울 SK의 한국농구연맹(KBL) 정규 시즌 경기. 당시 2위였던 SK가 1위 KT를 상대로 4쿼터 9분을 남기고 20점 차로 끌려갔다. 그러자 전희철 SK 감독이 작전 시간에 선수들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나무랐다. SPOTV 중계진은 "전희철 감독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고 했다. 베테랑 김선형(34)이 '한번 해보자'라고 독려했다. SK는 이날 이기지는 못했지만, 경기 막판 2점 차까지 추격하며 KT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SK는 그다음 경기부터 지난 19일 KT전까지 7연승 행진을 벌이며 25승 8패를 기록, KT(23승 10패)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특히 19일 KT와의 맞대결에서 85대82로 이겨 두 팀 간 승차를 2게임으로 늘렸다.

SK의 최근 약진에는 전희철 감독의 '분노 리더십'이 깔려있다. 전 감독은 평소 엄격하지만, 화를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공개적으로 화를 내는 모습이 잦아졌다. 이에 대해 전 감독은 "전략적인 게 조금 있다"며 "경기가 안 풀리면 전술 문제인지, 선수들 체력 탓인지 열심히 머리를 짜낸다.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삐걱거린다고 판단되면 그때 일부러 화를 낸다"고 했다.

전 감독은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화를 표현한다. 8일 고양 오리온전엔 경기 개시 후 첫 6차례 공격에서 3차례 실책을 저지르고 득점하지 못하자 6분 만에 주전 5명을 아예 모두 벤치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아무런 질책도 하지 않고 묵묵히 경기를 지휘했다. 이 '무언의 분노'에 각성한 듯 SK는 22점 차 대승을 거뒀다.

SK는 지난 10일 안양 KGC와의 홈경기에서 2쿼터 한때 29점 차로 끌려다니다 67대66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날 전 감독은 또 다른 방법으로 선수들을 자극했다. 하프 타임 때 라커룸에서 "우리를 보러온 팬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보다"라며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깔끔하게 다음 경기 준비하자"고 했다. 전 감독의 도발적인 말에 '발끈'한 선수들이 오기로 경기를 뒤집으며 승리를 거뒀다. 전 감독은 "점수 차는 크게 났는데 수비는 잘되고 있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살살' 긁었다"고 했다.

전 감독의 '분노'에도 SK 선수들은 전혀 위축되는 모습이 없다. 오히려 11일 창원 LG를 84대76으로 누르고 이날 단독 1위에 올라 인터뷰하는 전희철 감독에게 선수들이 다가가 '축하의 물세례'를 퍼부었다. 당시 물을 끼얹었던 최부경은 "감독님과는 물을 스스럼없이 끼얹을 만큼 장난을 자주 친다"고 했다. 김선형은 "이유가 있어서 화를 내시는 거니깐 더 잘해보자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전 감독은 "일상에선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안 그러면 (경기 때 화내는) 효과가 없다. 평소에는 선수들과 최대한 가깝게 지내려 한다"라고 했다.

손대범 KBS N 해설위원은 "'감독은 때때로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며 "NBA(미 프로농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감독은 작전 판을 부수면서 불같이 화를 내고, 특정 선수에게 일부러 시비를 거는 등 치밀한 계산 아래 전략적으로 선수들을 다룬다. 전희철 감독도 그런 방법으로 팀을 1위로 이끄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픽] 남자 프로농구 순위(20일 현재)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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