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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흑백영화 '맥베스의 비극'

우디 앨런의 '원더 휠',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이리시 맨', 노아 바움백의 '결혼 이야기'…. 이름난 감독들이 만들어 여러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주목받았던 이 영화들엔 공통점이 있다. 아마존프라임과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이 제작을 맡았다는 것. 감독은 넉넉한 제작비로 간섭 없이 마음대로 영화를 찍을 수 있어 좋고, 플랫폼사들은 말초적 자극과 흥미를 좇는 콘텐츠만 만든다는 비판에 맞설 변명거리를 얻어 좋다. 애플TV+의 '맥베스의 비극'은 이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영화적 거래의 최신판이다.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칸 황금종려상·감독상을 모두 받은 코엔 형제 감독 중 형 조엘(67)의 작품. 그가 35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에 푹 빠져 있는 동생 이선(64) 없이 혼자서 셰익스피어 비극을 찍었다.

스코틀랜드를 침공한 노르웨이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가던 길, 맥베스(댄절 워싱턴·사진)는 세 마녀를 만나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아내 레이디 맥베스(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주저하는 남편의 손에 칼을 쥐여주고 등을 떠밀어 왕좌를 향한 무도한 살육 속으로 내몬다.

코엔 감독은 이전 맥베스 영화들처럼 피바다 전쟁 액션을 집어넣거나 스코틀랜드의 축축한 고성(古城)을 내세우며 현실 속 이야기처럼 보이려 하지 않는다. 배경은 오히려 연극의 무대 장치에 가깝다. 흑백 화면의 명암 대비는 베일 듯 선명하고, 건물은 기하학적 선으로 이어지며, 복도엔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아치가 선명하다.

시청자는 연극 무대 위에서 연기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맥베스가 별들을 향해 "빛을 감추어라, 내 검고 어두운 욕망을 비추지 마라"고 말하고, 레이디 맥베스는 "오너라 악령들아,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잔인함으로 가득 차게 하라"고 읊조린다. 배우가 내 눈앞에서 말하고 내 귀에 속삭인다고 생각되는 순간, 정서적 긴장감의 전달력은 최고치가 된다. 예순을 훌쩍 넘긴 두 주연 배우를 통해 음모의 악취는 더 어둡고 눅눅하며 권력에 대한 욕망은 더 끈끈해진다. '19금' 딱지는 없지만, 이 영화는 '진짜' 어른들을 위한 맥베스가 되었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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