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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옥순씨 ＂의학 발전에 써달라＂ 임종 직전 가족에게 의사 밝혀

23년 전 일면식도 없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 신장 하나를 기증했던 사람이 최근 숨을 거두면서 자기 시신까지 기증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암 투병을 하다 지난 3일 세상을 떠난 고(故) 박옥순(70·사진)씨의 기증 사실을 20일 소개했다. 그는 생전에 "만약 신장을 떼어낸 자리에 다시 신장이 자란다면, 몇 번이라도 더 다른 사람과 나눴을 것"이라고 수차례 말했다고 한다.

본부에 따르면 박옥순씨는 지난 3일 숨지기 전 "우리나라의 의학 발전을 위해 꼭 내 시신을 기증해 달라"는 뜻을 가족들에게 남겼다. 가족들 역시 기증에 동의해, 장례 절차가 끝난 지난 5일 박씨의 시신은 경희대 의대에 기증됐다.

박씨는 지난 1999년에도 자신의 신장 둘 중 하나를 한 20대 여성에게 기증했다. 이 여성은 박씨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선뜻 기증을 했던 것은 언니 박옥남(76)씨의 영향이 컸다. 언니는 박씨보다 앞서 1993년에 지인도 아닌 다른 환자에게 자기 신장을 나눴다. 자매가 나란히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의 신장을 타인을 위해 내놓은 것이다. 본부 관계자는 "매년 약 2000여건의 신장 기증 사례가 나오는데 박씨 자매처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 장기를 나눠주는 '순수 신장 기증인'은 1년에 10명 안팎에 불과하다"며 "자매가 나란히 순수 신장 기증인이 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라고 했다.

박씨 자매는 기증 이후 최근까지 신장을 기증한 사람과, 신장을 이식받은 사람의 모임인 '새생명나눔회'에서 장기 기증 홍보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하지만 2019년 동생 박옥순씨는 위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암은 폐로도 전이돼 작년 3월 수술을 받았지만, 건강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박씨는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고 집에서 임종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두 딸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자신이 사망한 후 시신을 기증해달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언니 박씨는 "동생은 병으로 힘든 와중에도 다른 사람들을 위한 마음을 잃지 않은 채 평온한 모습이었다"면서 "동생을 보며 우리 가족들도 모두 시신 기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지난 5일 박씨의 시신을 기증 받은 경희대는 "고인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정신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감사장을 유족들에게 보냈다.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생의 마지막까지 생명 나눔을 향해 거룩한 의지를 보여주신 고인의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며 "고인의 숭고한 헌신이 이어져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기고자 :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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