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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반응 속도와 방식이 과거와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 북한은 그동안 우리측 제의에 대해 내부 검토시간 때문인지 반응속도가 느릴 뿐만아니라 단 한번도 중간회답 성격의 반응을 내보낸 적이 없다 .

북한은 작년 3월7일 김영삼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대북곡물지원 용의」를 표명한데 대해 3일만에 평양방송을 통해 거부했으며、 94년 김영삼대통령의 남북경제협력방안(11월7일) 제의와 「한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방안」(8월15일 )에 대해서도 각각 조평통과 노동신문을 통해 3일만에 거부의사를 표명했다 .

88년 10월과 90년 1월、 당시 로태우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제의에 대해서는 각각 8일과 13일만에 거부의 뜻을 밝혔다 .

최근들어 북한이 이번처럼 이틀만에 즉각 반응을 보인 경우는 작년 1월25일 송영대 통일원차관의 「남북한 차관급회담」 제의를 1월27일 노동신문 논평으로 거부한 것과 94년 6월 당시 리영덕 총리의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 제의(20일 )를 수락(22일)한 것 등 별로 많지 않다 .

반응의 내용에 있어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일절 삼갔다는 점에서도 이번 외교부대변인의 중앙통신 회견은 이례적이다 .

그동안 북한은 우리의 대북제의에 대해 예외없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식의 비난과 함께 거부의사를 표시해 왔다 .

작년 3월 곡물지원 용의에 대해 평양방송은 『우리(북)를 개방으로 유도해 흡수통일을 이뤄보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으며 94년 11월 경협활성화조치에 대해서는 『빈말공부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해 8월의 3단계통일방안에는 『민족반 역자들과는 누구도 상종하지 않을 것』 『개가 짓는다고 산이 흔들리는 법이 없다』 등으로 비난했다 . 그동안 우리의 대북제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창구는 신문-방송논평과 조평통、 외교부 등 관련기관 명의의 회견-성명-담화 등이었다 . 분명한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논평 보다는 노동신문 논평이나 관련기관 담화 쪽이 북한의 공식입장을 담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그만큼 우리의 대북제의를 비중있게 검토했다는 것으로도 볼 수있다 .

이번 북한 외교부대변인의 「4자회담 검토중」이라는 반응이 이례적인 만큼이나 북한의 의도를 가늠하기 더욱 힘들어진다 .

말그대로 「검토중」인지 아니면 한-미측의 대응을 떠보기 위한 「작전」인지 현재로선 명확치 않다는 지적이다 . < 김인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