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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논란이 극심했던 가칭 노동은행 의 설립계획이 19일 정부의 내인가로 일단 확정됐다. 총선을 코앞에 둔 다소 묘한 시기에 내인가가 떨어졌지만,주식공모작업만 순조로우면 오는 9월부터는 전국적으로 10개 점포망을 갖춘 새로운 은행이 출범하게 된다.

노총측이 제출한 경영계획을 보면,서울여의도 노총회관에 본점을 둔 노동은행은 올해는 납입자본금 3천억원에 10여개 점포,4백40명의 인원으로 첫발을 내딛고,오는 96년까지 연차적인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5천억원으로,점포수와 직원은 1백개에 1천9백70명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또 예금수신고는 올해 2천5백억원에서 96년에는 2조원으로까지 높인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이같은 노동은행의 설립취지는 근로자들을 위한,근로자들이 주인인 이라는 말속에 요약된다. 노조조합원들을 주축으로 자본금을 형성해 근로자들의 예금을 끌어들이고,수익금은 근로자복지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출도 근로자 위주로 하여 일반 금융기관에 접근이 어려운 근로자들에게 은행문턱을 대폭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훌륭한 취지의 노동은행설립 안에 대해 그간 타당성 논란이 계속됐던 이유는 재원조달과 영업전망이라는 두가지 점 때문이었다.

우선 반대론자들은 노조조직에서 6백억원을,일반근로자들로부터 1천5백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의 현실성에 회의적이었다. 그때문에 노총도 당초는 자기몫 출자분 1백60억원은 정부가 무상융자해줄것을 요청했다가 최근 노동은행의 점포 등 설비자금을 노총회관 등 기존시설을 활용토록 하는 방법으로 1백60억원을 마련하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산별연맹이나 지역본부 단위노조 등에서는 소유부동산과 각종 운영기금을 출자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조합원 2백만명이 5천원짜리 주식 10주씩만 사들이면 1천억원이 거뜬히 조성된다는 계산이기도 하다.

이에대해 반대론자들은 현재의 침체된 증시동향으로 볼때 일반주식공모의 방법으로 1천5백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에 고개를 흔들고있다. 또 당초에는 계획에 없던 국책은행(국민-주택-중소기업)의 출자분 6백억원이 막판에 끼여든 점에 대해서도 이 몫만큼 결국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총 등 사용자 단체에서도 3백억원을 출자하도록 계획이 짜여져 있는데,은행의 영업방침과 임원선임 등의 과정에서 후일 노사정간의 알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들이다.

이보다 더 큰 부담은 불투명한 영업전망이다.

금융시장 개방과 금융자율화시대에 격화되는 은행간 영업경쟁에서 어떻게 버텨나갈지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경영지원을 위해 노총은 정부관리기금중 산재기금 등 노동복지관련기금들을 정책적으로 노동은행에 예치토록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존은행들의 반발등을 고려할때 전적으로 정치적인 결정 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근로자들에게 문턱을 낮춘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대출담보조건을 대폭 완화하든지,이자를 다른 은행과 달리해야하나 은행간 생존경쟁에서 이를 어떻게 조화시킬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은행도 장사라고 보면 주인도 근로자이고 고객도 근로자인 묘한 조건에서 어느쪽을 보호해야 할것인가 하는 갈등도 예견된다.

이런 수두룩한 난제들에도 불구하고 내인가가 떨어진 것은 결국 정치적 결단으로 해석할수 밖에 없다. 노총을 주축으로 하는 노동계에 대한 강력한 배려인 것이다.

총선을 앞둔 시기에 이뤄진 결정이라는 점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이다. <한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