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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억 들인 여름대작 '한산'

스스로와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모든 속편의 운명이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 역시 마찬가지다. 2014년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위 기록을 세웠던 '명량'(1761만명)의 후속편. 허들을 높이 세우고서 출발하는 장애물 경주와 다를 바가 없다. 전작의 총제작비(200억원)에 비해 이번에는 312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과연 '한산'은 전편의 허들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까.

전편 '명량'이 1597년 정유재란의 명량 대첩을 배경으로 한다면, 이번 '한산'은 5년 앞선 1592년 임진왜란 당시의 한산도 대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따라서 '명량'이 영웅의 위기에 대한 서사였다면, '한산'은 영웅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다.'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편인 '노량'에서는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역을 맡을 예정. 이처럼 주인공을 바꿔 가면서 촬영하는 것도 한국 영화계에서는 무척 드문 경우다.

선악의 이분법이나 자국 문화에 대한 지나친 도취를 의미하는 '국뽕'은 이 시리즈를 따라다니는 논란. 김 감독은 19일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이순신 장군을 팔아서 상업적으로 흥행하려고 하면 오히려 욕먹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긍심과 위로, 위안과 용기, 연대감이라는 점에서 '국뽕 너머의 국뽕'으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한산'은 허를 찌르듯 첩보전 설정에서 출발한다. 한산도 대첩의 승인(勝因)으로 꼽히는 거북선의 설계도가 일본군에 유출된다는 영화적 설정을 가미한 것. 이 때문에 영화의 절정에 해당하는 해전이 펼쳐지기까지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컴퓨터그래픽(CG)의 기술적 발전 덕분에 마지막 해상 전투 장면은 8년 전의 '명량'보다 한층 진일보했다. 두 영화의 차이에 대해 김 감독은 "'명량'에서는 실제로 바다에 배를 띄웠다면, 이번에는 바다에 단 한 척도 띄우지 않았다"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실제로 해전 장면은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강릉 스케이트장에 실내 세트를 설치하고 촬영했다.

전편 '명량'에서 성웅(聖雄) 이순신 역할을 배우 최민식이 맡았다면, 이번 '한산'에서는 박해일이 바통을 건네받았다. 돌아보면 박해일은 스크린에서 확신으로 가득한 영웅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산'은 그에게도 도전이 됐을 터다. 박해일은 "최민식 선배가 화염 방사기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였다면, 저는 물처럼 어떤 것과 섞여도 주변 배우들이 잘 드러나기를 원했다. 냉정하고 차분하고 세밀하게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절제된 연기 덕분에 마지막 반전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되는 결과를 빚는다.

학이 날개를 펼치듯이 적을 포위하는 학익진(鶴翼陣)처럼 영화도 통쾌한 승리의 순간을 끝까지 미룬다. 그런 의미에서 '한산'은 감독의 영화적인 '학익진'이기도 하다. 하지만 "발포하라"는 이순신의 준엄한 명령과 함께 모두가 기다리던 순간이 마침내 찾아온다. 더불어 영화는 쉽게 잊히지 않는 두 번의 대사를 남긴다. "이 전쟁은 나라와 나라의 싸움이 아니라 의(義)와 불의의 싸움"이며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는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고.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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