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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 오늘부터 플레이오프 시작… 베테랑들에 승패 달렸다

남자 프로농구 서울 SK 김선형(34)이 데뷔했던 2011년, 국내 농구계는 흥분에 휩싸였다. 전광석화 같은 돌파와 높이 뛰어 꽂아 넣는 덩크를 거의 매 경기 선보이면서 팀을 이끄는 '돌파형 가드'를 처음 본 탓이었다.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따라왔고, 실제로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도 운동 능력으로는 뒤지지 않았다.

어느덧 프로 12년 차인 김선형은 예전처럼 폭발적으로 뛰지 못한다. 대신 노련미가 쌓인 베테랑으로서 능구렁이처럼 농구한다. 예전 같은 돌파보다는 외곽 슛으로 점수를 뽑고, 자신보다는 동료의 득점을 돕는 데 더 비중을 둔다. 2017-2018시즌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때 팀의 확고부동한 에이스였던 김선형은 올해 정규시즌 MVP로 뽑힌 후배 최준용을 돕는 조력자로서 팀 정규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김선형은 "정규시즌 우승을 3번 했는데 올해 부상도 있었고, 아슬아슬하게 정상에 올라 가장 기분이 좋았다"며 "4년 전엔 살짝 긴장했는데 올해는 조금 더 여유가 생겼다. 시즌을 통합 우승으로 잘 마무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SK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오리온엔 이대성(32·프로 10년 차)이 있다. 데뷔한 이래 코로나로 중단된 2019-2020시즌을 빼고는 매 시즌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2014, 2015, 2019년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전에서 우승했다. 이번엔 새로운 팀인 오리온에서 4번째 우승을 꿈꾼다. 이대성도 김선형처럼 빠른 돌파가 장기였지만, 최근엔 중거리슛 위주의 득점을 하면서 이승현이라는 팀 기둥을 돕는 역할에 치중한다. 그는 SK와의 플레이오프 4강전을 앞두고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코트 위에 쏟아붓겠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안양 KGC의 센터 겸 파워포워드 오세근(35·12년 차)도 우승을 노리는 베테랑 중 하나다. 지난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1점 11리바운드로 건재함을 알리며 93대86 승리와 함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공격 흐름을 잘 파악해야만 수행할 수 있는 스크린(상대 수비수의 동선을 가로막는 것)은 국내 센터 중 최고라고 평가받는다. 그는 힘과 탄력으로 승부하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거리 슛을 장착했다. 이대성처럼 이미 세 개의 챔피언 반지가 있는 오세근이지만 "내 우승 횟수 목표는 5번이다. 아직 절반을 좀 넘었을 뿐"이라며 욕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오세근을 상대할 KT에는 연륜의 김동욱(41·17년 차)이 있다. 김동욱은 감독들에게 '농구라는 종목을 제대로 알고 뛴다'는 평가를 듣는다. 경기를 읽는 눈이 탁월해 언제 슛을 쏘고 언제 패스를 해야 할지 잘 안다는 것이다. 큰 키(193cm)여도 볼 핸들링이 좋고, 패스 능력은 포워드 중 최정상이다. 체격이 좋아 수비에서 상대 파워 포워드와 센터도 막아낸다. 덕분에 2개의 우승 반지를 갖고 있다. 올 시즌 KT에 합류한 그는 "서동철 감독님이 '우승하고 싶어서 데려왔다'고 하셨다. 그 기대가 100% 맞아떨어질 수 있게 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남자 프로농구 5강 플레이오프는 20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정규시즌 1위 SK와 5위 오리온의 1차전으로 5전 3선승제 승부에 돌입한다.

[그래픽] 프로농구선수 플레이오프 시작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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