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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 수도꼭지에서 물이 똑똑 떨어진다. 몇 년 전 같은 증상으로 관리사무소에 수리를 요청했을 때 손잡이 부분을 열어 너트를 스패너로 조여주고 갔다. 한 번 더 문제가 생기면 그땐 부품을 갈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직접 고칠 수 있으려나 싶어 이번엔 수전을 분해해봤다. 어깨너머로 그 방법을 배워 작년께엔 싱크대 누수를 잡았던 터라 이번 도전은 설레기도 했다. 결국 내가 가진 공구는 크기가 맞지 않아 시도조차 못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래도 카트리지 교체 방법을 배웠으니 만족한다. 나는 도시에서 살 때도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기 싫고, 수리비를 아끼고 싶은 마음에 뭔가 고장 나면 직접 고칠 수 있는지 살펴보곤 했다. 내 서툰 솜씨를 제법 사랑스러워했기에 필요한 물건을 적당히 만들거나 고쳐 쓰기를 좋아했다.

시골에서 살아도 아파트에는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있고 도시에서도 관리사무소가 없는 주택에서 살면 집 문제를 스스로 돌봐야 한다. 도시인은 전문가를 부르고, 귀촌인 모두가 '안 부르고 혼자 고침'의 정신으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모든 분야의 많은 것이 그렇듯 비수도권 지역이나 시골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종류와 양이 적어 어쩔 수 없이 직접 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품앗이로 언어나 악기 강습을 주고받고, 먹고 싶은 빵은 직접 굽고, 즐길 거리가 없으면 축제나 이벤트도 만든다. 그러다 취미가 생업이 되는 귀촌인도 많다.

귀촌은 생활 공간을 도시에서 시골로 옮겨오는 이동이면서 삶의 태도를 그에 걸맞게 맞춰가야 하는 전환일 것이다. 직접 하거나 만들고, 비슷한 것으로 만족하거나 포기해야 한다. 새벽 배송은커녕 당일 배송도 되지 않는 곳에서 살다 보면 굳이 내게 그렇게나 빠른 배송이 필요했던가 질문하게 된다. 그런 서비스가 있어야만 유지되는 생활을 벗어난 덕이기도 할 터다. 바쁘고 정신없는 현대인의 도시 생활은 최소한의 '직접' 생활을 어렵게 한 건 아니었을까. 스스로를 먹이고 살리고 이웃과 함께 곁을 돌보는 일의 인간다움을 생각해본다. 기고자 : 이보현 '귀촌하는 법' 저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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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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