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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밴드부가 종적을 감췄다. 실업계 학교는 그나마 낫지만、 대학입시에 매달리는 인문계 학생들에게 밴드부는 아련한 옛 이야기일 뿐이다.

80년대초까지만해도 밴드부는 많은 학교에서 명물이었다. 시가행진이 많았던 60∼70년대는 각 학교 밴드부가 학교를 대표했다. 지금은 없어진 「교련 검열」시간의 밴드부는 필수였다.

「애교심」 형성에 한 몫을 했던 밴드부. 그런 밴드부가 남아있는 곳은 서울시내 인문고의 경우 배재 충암 명지 대신 우신 등 10여개 뿐. 배재 보성 양정 중앙 휘문 등 통칭 「5대 사립」은 해마다 합동 음악회도 가졌으나 80년대말 중단됐다. 여학교는 미림 영파 등 2개교가 전부. 은광여고 동일여고 재현고 송곡고에 있던 밴드부도 2∼3년전 모두 해체됐다.

재현고 관계자는 『진학 준비에 바쁜 학생들이라 93년쯤 밴드부가 자연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관악기보다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신세대들의 취향도 밴드부 실종의 한 원인이 됐다.

살아있는 밴드부들도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예전에는 밴드부 인원이 보통 40∼50명이었으나 지금은 대개 20명 안팎. 담당교사들은 『정상적인 악기편성도 어렵다』고 울상이다. 호른-플루트-오보에 처럼 값비싼 특수악기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당연히 연주곡도 간단한 행진곡에 국한된다.

서울고는 밴드부 부활의 희귀사례.

지난 94년 양주석교장이 특활 활성화를 위해 동창생들로부터 악기 45개를 기증받아 10여년만에 밴드부를 다시 만든 것. 양교장은 『희망자가 많아 시험으로 학생을 뽑을 정도로 학생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살다온 학생들을 중심으로 악기 한가지씩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는 것이다. < 박기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