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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미대통령 방일은 마치 미국내 「안보파」의 말문을 터준 듯하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일관계를 주도해 온 미국내 주역들은 일본의 안보 무임승차론으로 무장한 「통상파」였다.

냉전 시절 미안보 우산 아래、 철저하게 미국의 부를 앗아가버린 존재가 일본이라는 식의 논리가 냉전 이후를 한동안 지배했던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의 방일과 이때 발표된 미일 신안보선언은 단숨에 이런 분위기를 역전시켜 버렸다.

「미정부가 일본과의 관계에서 통상 제일주의를 포기한 것은 (동북아)지역 안정을 위해 바람직한 결정이다」(뉴욕타임스지)、 「수년동안 미일 양국민들은 안보동맹인 상대방으로부터 이용당했다고 느끼곤 했지만 이제 지역안정을 위해서 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을 때가 됐다」(워싱턴포스트지) 등등. 대부분 미주요 신문의 사설은 만시지탄이라는 듯 미일 안보관계의 부활(？)에 환영을 표시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유 에스 뉴스 & 월드리포트지는 『통일한국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 놓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며 『동북아지역 안정은 미일 안보유대를 강화하는 데 달려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언론과 학계、 그리고 정부관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 일본이 아시아지역 안보문제에서 적극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이 평화헌법의 한계를 확대、 신안보선언으로 미국과의 군사분야 지원을 확대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했다. 또 영국의 대표적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일본 정치인이 평화헌법이라는 한계를 뚫고나갈 수 있다면、 그만큼 동북아 지역은 안정될 것』이라며 평화헌법에 집착하는 것은 성숙한 일본의 유엔과 지역 집단안보 참여를 막는 장애물이라고 진단했다.

미국내 지일파의 대표적 인물 조셉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은 정부에 몸담고 있던 작년말 『한반도 분쟁시 일본 자위대가 (평화헌법의 한계 때문에)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는 못해도、 적극 지원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이의 주장은 현재 일본과의 신안보선언을 가져온 미행정부 관리들이 공유하는 내용이다. 특히 미일 안보관계를 강조하는 입장은 「중국 위협론」의 부상과 함께 더욱 입지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이같은 미국내 시각에 얼마만큼 동의할 수 있을까. 수년전 일본의 캄보디아 평화유지 활동 참여를 아주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봤고、 거듭되는 망언에 흥분한 입장에서 일본이 아시아 안보의 맹주가 된다는 것은 선뜻 인정키 힘든 미래의 모습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유일한 안보동맹국 미국은 이제 여론의 지지까지 업고 이를 현실로 바꿔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할 때다. < 박두식.워싱턴특파원 >